"네 차 괜찮아?" 질문에 스트레스…건물 곳곳 'BMW 주차금지' 수난까지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잇따른 주행 중 화재사고로 인해 리콜(시정명령) 조치와 함께 정부 초유의 운행중단 권고까지 이어지면서 'BMW 사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BMW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민관합동 정밀 분석에 착수한다고 밝힌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와 BMW 측 늑장 대응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BMW 서비스센터에서 긴급 안전점검 조치를 받은 BMW 520d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차주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6일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들에 따르면 BMW 차주들은 차량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심적인 부담과 금전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안전성 논란이 있어도 차주들은 출퇴근 시 차량 이용을 안 할 수가 없다. BMW 측이 제공하는 렌터카 서비스 이용도 수월하지 않아 차주들은 매일매일 '도로 위 시한폭탄'에 올라타고 있다.
차주들은 "지인들에게서 '네 차 괜찮아?'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비싼 돈 들여서 자부심을 느끼며 타고 있었는데 이제는 목숨을 걸고 타야하는 차가 됐다", "화재 사고 발생 이후 도로에서 모든 차들이 피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순식간에 감염병자가 된 느낌"이라고 울상을 짓고 있다.
또한 주차 수난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다. 리콜 대상이 아닌 모델을 소유한 A씨는 "병원, 식당 등에서 BMW 차량의 주차를 금지하는 건물이 늘고 있어 주차하기가 어렵다. 어디다 하소연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MW 520d를 모는 B씨는 "만약 내 차에서 불이 난다면 건물 전소 가능성이 높아 그런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건 이해하지만, 어딜 가도 눈총을 받아서 서러운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원인 불명의 화재가 이어지면서 브랜드 신뢰도 추락과 함께 중고차 가격 하락 사태도 가시화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BMW차량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BMW 차주 4명이 BMW코리아,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 등을 대상으로 1인당 5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데 이어 3일에는 차주 13명이 같은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MW 화재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 가입자 수가 3000명을 돌파해 줄소송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화재 사고가 나지 않은 다른 모델을 구매한 차주들도 소송에 동참하고 있어 향후 소송 참여 인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잇단 화재 사고로 중고차 가격 하락, 회사와 브랜드에 대한 신뢰 상실, 차량 운행에 대한 불안감 등 스트레스가 커서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에 다른 운전자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방에는 도로 주행 중 화재 사고가 났던 모델인 BMW 520d를 만나면 불안하다며, 고속도로나 터널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끔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실제 주차장이나 관공서, 쇼핑센터 등에서 BMW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화재와 인명피해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 들어 30여 차례나 BMW 화재 사고가 발생했지만, BMW의 늑장리콜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BMW가 한국 소비자들을 호구로 여긴다'는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여론이 악화하자 BMW 코리아 측은 정부 당국과 조사해 명확한 화재 원인 규명은 물론이고 브랜드 신뢰도 제고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중고차 가격 하락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사태 해결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긴급 안전점검을 받은 차량에서도 화재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피해보상금액 산정을 위해 필요한 원인 규명도 단 시일 내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한국 시장에서 쌓아 왔던 BMW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