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의 경제in] 카드 수수료 정책, '만병통치약' 아니다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카드 수수료 완화 정책이 계속 쏟아지고 있지만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지선 기자

카드 수수료 또다시 '수술대'에 올라…실효성 논란 이어져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신용카드 사용이 일상다반사가 되면서 지갑 무게도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껌 한 통도 카드로 살 수 있는 환경에서 굳이 현금을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지갑 안에 적게는 5000원, 많게는 몇만 원을 넣어두고 다닌다.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 하기 위해서다.

신용카드가 일반화됐다지만 길거리 포장마차나 상점에서는 아직도 소액을 결제할 때 현금을 이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곳에서 적은 금액을 카드로 결제할 때는 괜스레 미안하게 느껴진다. 현금을 챙기지 못했을 땐 미안함 때문에 사고 싶은 물건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곳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작은 규모의 상점에서는 현금가격에 10%를 보태 카드가격을 따로 적용한다. 현금을 준비하지 못한 소비자에게 상점 주인이 자신의 계좌번호를 건네 그 자리에서 이체가 이뤄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카드 수수료 정책은 계속 변하고 있지만 결제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2016년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1.5%에서 0.8%로,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2.0%에서 1.3%로 인하됐다. 지난해 영세가맹점 기준은 연 매출 2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기준은 2억 원 초과~3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초과~5억 원 이하로 조정돼 카드 수수료율을 낮게 적용받는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다.

특히 지난달 31일부터는 카드 결제에서 발생하는 밴(VAN)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꿨다. 그동안 밴 수수료는 결제 금액과 상관없이 한 번 결제할 때마다 수수료 100원을 내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결제 규모가 크지 않은 소상공인이 상대적으로 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결제금액에 비례해 부과하는 정률제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선보인 결제시스템 '서울페이'를 시작으로 결제 수수료가 0원인 공공페이 도입도 추진 중이다. 또한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카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없도록 하는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도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실정이다.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다.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고 있지만 결제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하지만 실효성을 두고 여전히 뒷말이 나온다. 현재 연 매출 10억 원 이하 개인사업자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때 카드 매출의 1.3% 내에서 연간 500만 원을 공제받고 있어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쯤 되면 금융 당국이 외치고 있는 '카드 수수료 0%'에 사실상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 당국이 카드 수수료에 계속 손을 대다 보니 부담이 카드업계에 떠넘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카드사들이 어려운 업황에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연회비를 늘리거나 카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 카드 수수료 완화가 이어지는 동안 사용업체 측은 변화하고 있을까. 불행히도 여전히 카드 결제를 달가워하지 않거나 현금만 받겠다는 업자가 꽤 많다. 이래저래 결국 눈치를 보는 건 소비자 몫이다.

지나치게 '소비자' 입장만 두둔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소상공인·영세업자와 카드업계의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다수 일반 소비자가 갖는 생각을 전달하고 싶다.

카드 수수료 정책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자영업자 생존을 위해 프랜차이즈 수수료·임대료 완화, 더 나아가 창업교육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두룩하다. 큰 효과가 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카드 수수료에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자영업 활성화를 위한 카드수수료 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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