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현대차 정의선 상반기 성적표…'다른 듯 닮은' 새 리더의 과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추진할 중장기 사업 로드맵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이재용·정의선 새 리더의 리더십 평가 '새 먹거리'에 달렸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전자(7월 31일)와 현대자동차(7월 26일)가 지난달 5일 간격을 두고 올해 상반기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두 기업이 내놓은 '성적표'에 대한 업계의 평가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삼성과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자리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와 두 '선장'이 헤쳐나가야 할 앞길의 모양새는 닮아있다.

최근 재계의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이달 초로 예정된 이 부회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첫 만남' 성사 여부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주요 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 왔다.

더욱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에서 성사된 이 부회장과 문 대통령의 첫 만남을 기점으로 재계 안팎에서는 '혁신 경제', '일자리 창출'이라는 큰 틀에서 삼성과 정부 사이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평가와 함께 이른 시일 내 이 부회장이 최대 100조 원대 '매머드 급'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주요 경제계 행사는 물론 글로벌 소통 채널마저 단절됐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새 리더'로서 존재감을 보여주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내에서 반도체 사업 의존도는 매년 큰 폭이 상승률을 보이다 올해 2분기 80% 수준까지 늘었다.

전날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58조4800억 원, 14조87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71% 늘면서 흑자세를 이어갔다.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삼성전자지만,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언급된 '반도체 편중' 현상은 올해 들어 더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삼성전자 내에서 반도체 사업 의존도는 지난해 과반(65%)을 차지한 이후 올해 2분기 80% 수준까지 치솟았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같은 '반도체 편중'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이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때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던 분야로 10년의 세월이 지나 그 성과가 최근 몇 년 사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경영 외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지만, 삼성의 총수로 자리매김한 이 부회장의 최대 과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제2, 제3의 반도체 신화를 써 내려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고 있는 정 부회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대외적으로 정몽구 회장이 그룹의 수장을 맡고 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최근까지 현대차그룹이 주관하는 국내외 주요 행사는 물론 정부 차원의 경제계 행사에서 정 부회장은 아버지를 대신해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고 있다.

경영 승계 '9부 능선'을 넘은 정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특히,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이 미래 사업 로드맵으로 제시한 수소전기차와 인공지능(AI)기반 자율주행기술, 친환경 신(新)에너지 분야에서 전례 없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 노사가 지난 2010년 이후 8년 만에 임금협상 교섭의 매듭을 지으면서 신사업 추진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1조632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37.1%의 감소율을 보였다.

정 부회장이 새 먹거리 창출에 집중하는 데는 연일 내리막 곡선을 그리는 회사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은 1조632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1% 줄었다. 분기별로도 2분기 영업이익은 9508억 원으로 1년 새 30% 뒷걸음질 치며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돌았다.

하반기 전망 역시 어둡다. 현대차에서는 하반기를 비롯한 향후 자동차 산업 전망과 관련해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 및 미국 금리 인상, 이에 따른 신흥국 중심의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방법에는 서로 차이가 있지만, 선대에서 완성한 경영의 큰 틀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하는 대외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에는 조금의 차이도 없다"며 "앞으로 이들이 추진하는 신규 사업의 성과 여부에 따라 두 사람의 '리더십'를 바라보는 재계의 평가와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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