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경찰서에서 내사 착수…사측 "알지 못한다" 해명
[더팩트|안산=고은결 기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야죠. 대표의 기습적인 신체 접촉으로 방어할 틈도 없이 당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반월 공단에 있는 남양공업에서 만난 한 직원은 어처구니 없는 대표의 비상식적 행태에 분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퇴사자 중에서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동료가 있었다"면서 "남자만 많은 회사에서 동성 간 성추행 때문에 수 년 간 힘들어 했던 직원이 적지 않다"고 대표이사의 동성 성추행 사실을 털어놨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남양공업이 '동성 미투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 매출 4200억원대의 남양공업은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로 지난 2014년 ‘전라도 출신 지원 불가’ 채용공고로 한 차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는 대표이사의 동성 성추행 의혹으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대표이사 홍모 사장은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를 일삼고 있다는 의혹을 받으며 사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지만 남양공업에서 촉발된 업계 최초의 '동성 미투(Me too)'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 노사문화 대상 수상기업, '대표의 상습적 성추행 추문'으로 추락
지난해 4245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 남양공업은 임직원수가 840여 명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05년 '노사문화 대상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홍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직원들 증언이 쏟아져 수상 실적이 갖는 의미가 퇴색되는 모습이다.
25일 전국금속노련 남양공업노조에 따르면 안산단원경찰서는 홍 대표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 중이다. 홍 대표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 5월 출근 투쟁 당시 한 노조 조합원 발언으로 불붙게 됐다. 당시 노조 대의원 A씨는 "홍 대표로부터 3차례에 걸친 성희롱·성추행을 당했고 피해 당시 너무 당황스럽고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1차 피해는 지난해 5월 10일 진행된 임금단체협상투쟁 당시 상견례 과정에서 일어났다. 홍 대표가 악수 도중 가운데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긁고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2차 피해는 같은해 7월 13일 지방노동위원회 1차 조정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권고 사항을 접수받고 인사하는 중 홍 대표가 A씨의 중요 신체부위를 손으로 접촉해 발생했다. 실제로 <더팩트>가 당시 기록된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홍 대표의 성추행 행위에 A씨는 "신고하겠다"며 불쾌하다는 의사표현을 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웃음으로 갈음하며 그 어떤 사과의 말도 하지 않았다.
이어 올해 2월 19일 홍 대표가 설 연휴 현장 순회를 하며 새해인사를 하는 중 또 다시 A씨의 신체 중요 부위를 손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반복적인 행위에 기분이 나빠 불쾌한 의사표현을 명확히 했으나 (홍 대표가)'남자끼리는 괜찮다'고 했다"면서 "대표의 부도덕한 행위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밤새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 최소 6명이 경찰서에 홍 대표 추행 진술..."욕설도 일상적" 추가 폭로
A씨 발언 이후 노조 측은 직원들의 추가 피해 사실을 접수받았다. 그 결과 성 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직원 6명이 경찰서에서 피해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양공업 직원은 "홍 대표의 성추행은 현장의 직장·반장 등 관리자 뿐만 아니라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면서 "퇴사자 중에서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 대표가 성추행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상습적인 욕설도 일삼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노조는 지난 5월 21일 발행한 소식지에서 "(홍 대표가) 무조건적인 반말을 하고 자신의 화를 억누르지 못해 욕설을 내뱉는 것은 회사 내에서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홍 대표가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권력형 섬범죄와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남양공업 직원은 "홍 대표가 회의 도중 팀장들에게 지나치게 욕성을 한다"며 "그의 이러한 인격모독적 언행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홍 대표가 지난 2000년대 중반 모 대기업 자동차 부품 제조 계열사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도 성추행과 인격모독 행위로 노조와 마찰을 겪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남양공업 측은 이같은 주장이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성추행 논란'에 남양공업 대응 미온적...2014년 '전라도 출신 지원 불가' 논란도
직장 내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된 가운데 남양공업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남양공업은 이러한 논란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자체적인 진상 조사에도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남양공업 관계자는 "피해를 당했다는 직원들이 회사 측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성추행 논란을)알고 있는 것은 없으며 이러한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중순부터 조합원 발언으로 '미투' 논란이 시작됐지만 회사 측에서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특히 성추행 피해 고백을 담은 노조의 소식지를 사내 모든 직원에게 배포했는데 이를 알지 못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이 홍 대표를 지나치게 감싸면서 이번 논란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남양공업에 따르면 홍 대표는 지난 2008년 이 회사에 전무로 합류해 대표이사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홍성종 남양공업 회장이 1969년 창업한 남양공업은 성추행 의혹을 받는 홍 대표와 창업주 손자로 알려진 홍진용 대표가 함께 이끌고 있다.
한편 남양공업은 지난 2014년 채용공고에 '전라도 출신 불가'를 명시해 지역감정을 유발시킨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회사 측은 전체 직원 중 전라도 출신 직원 비율이 9%라는 내용의 증명서류를 제시하며 지역 차별이 없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또한 "채용을 대행하는 인력파견업체의 담당 직원이 온라인상에 공고를 올리며 일어난 실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