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 롯데백화점 미아점 외벽 유리창 '와장창' 점포 관리 '구멍'

롯데건설이 지은 롯데백화점 미아점 8층에서 지난 24일 오후 외벽에 붙어있던 대형 유리창이 인도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백화점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채 정상영업을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아=안옥희 기자

롯데건설이 12년 전 시공한 점포…원인 파악 난항 속 정상 영업 '눈총'

[더팩트ㅣ미아=안옥희 기자] 롯데백화점 미아점 8층에서 외벽 유리창이 인도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화점측은 사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정상영업을 강행하고 있어 '안전불감증'에 걸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시 강북구 송중동에 있는 지하 7층, 지상 10층 규모 미아점 8층에서 거대한 외벽 유리창이 인도로 추락했다. 가로 110cm, 세로 90cm 크기의 유리창이 갑자기 떨어져 인도가 유리 파편으로 뒤덮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점포 8층엔 가구·가전·식당가·사은행사장이 있다. 사고 발생 시간에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 이후 소방대원과 직원들이 유리 파편을 치운 상태였지만, 사고 발생 지점에서 약 30m 밖까지 유리 파편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리창이 떨어진 지점은 마을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 인접해 있고 주민들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는 곳이다. 만일 사고 당시에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백화점 측은 사고 당일 밤 1차 조사를 통해 나머지 유리창을 점검한 결과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화점은 또 매장 영업은 정상대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더팩트> 취재 결과 롯데백화점 미아점은 유리창 파손 사고와 관련해 관할 구청으로부터 최대 시설물 철거까지 가능한 '긴급안전조치'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 아니라 시민 안전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담당 지자체가 추가적으로 자체 안전검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관할 구청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롯데백화점이 매장 영업을 강행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확한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추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지금으로부터 23년전 수 백명의 희생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도 관리 당국과 백화점 측의 안전불감증의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 시민 불안감 고조에 구청 "롯데, 긴급 안전조치 명령…자체 조사 추가"

강북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25일 <더팩트>에 "현재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특별법(시특법) 제13조에 따라 백화점 측에 8월 3일까지 긴급 안전점검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향후 백화점이 제출한 안전진단 자료를 검토한 후 구민들에게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용제한 등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구청 일자리경제과 대규모점포 담당‧건축과 건축시설팀 등 담당자들이 급히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미아점에는 시특법 제23조에 따라 정밀한 안전진단을 요구하는 긴급 안전조치가 내려졌다. 또한 현재 법에는 없지만 구민 안전을 위해 구청이 추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미아점 안전성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더팩트> 취재 결과 시민들 불안감 해소를 위해 강북구청 측이 롯데백화점 미아점에 정밀 안전진단을 요하는 긴급안전조치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하단 우측은 롯데 측이 제공한 지난 24일 밤 나머지 유리창 크랙(균열) 확인 작업 중인 모습. /안옥희 기자·좌측 하단 롯데백화점 제공

구청의 긴급 안전조치 명령은 해당 시설물 사용제한 뿐 아니라 최대 사용금지나 철거 명령까지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제재 강도가 세다. 롯데 측은 정밀 안전진단 결과를 다음 달 초까지 구청에 제출해야 하며, 구청은 롯데가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후 적절한 조치를 내리게 된다.

백화점은 연면적 5000㎡(약 1512 평) 이상 대형건축물이므로 시설물안전법상 1종 시설물에 해당한다. 시설물안전법은 502명 사망자를 낸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1종 시설물은 관리주체가 안전진단 전문 업체에 의뢰해 정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즉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야 한다.

사고 지점은 주요 상권과 역세권에 인접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롯데 측이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상 영업을 이어갈 예정이어서 점포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취재 현장에서 만난 주민 강 모 씨는 "평소 매일 지나는 출퇴근길이고 백화점도 자주 가는데 대형 유리창이 떨어졌다니 무섭다"며 "조금 불편해도 길 건너서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퇴근길 사고 지점을 반드시 거쳐야한다는 직장인 박 모 씨도 "사고 소식 전해 듣고 부모님께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앞으로 백화점 올 때 헬멧이라도 쓰고 다녀야하나 싶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 롯데百 "나머지 유리창 문제 없어" 안전 우려에도 영업 강행

이에 대해 오용석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홍보팀장은 "현재 유리창 파손에 대한 원인을 찾고 있다. 사고 당일 밤새 1차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남은 유리창에 대해 크랙(균열)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렇게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사고 원인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정상 영업 강행에 대한 일부 우려에 대해 오 팀장은 "나머지 유리창은 문제없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해 시설물 안전성을 입증하고 고객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오 팀장은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자료는 있지만 확대해석될까봐 공개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롯데 측의 사고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부실공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안옥희 기자

롯데가 전수조사 관련 문서 대신 제공한 유리창 크랙 확인 작업 사진에는 어두운 밤 작업자 두 명이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위험천만하게 작업을 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현재 롯데 측은 사고 관련 안내 표지판도 없이 유리창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롯데 측이 원인 규명보다는 사건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선 부실공사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아점은 롯데그룹의 건설 계열사 롯데건설이 지었다. 미아점은 2006년 12월 19일 인허가를 받고 20일 개점해 올해로 12년이 됐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부실시공 등으로 인한 벌점을 가장 많이 부과받은 건설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2년 반 동안 건설기술진흥법상 부실시공 등으로 벌점을 23건 부과받아 주요 건설사 중 누적벌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부실공사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부 시민은 자칫하면 삼풍백화점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해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23주년인 만큼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 안전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하는 상황인데 롯데 측 대응이 안일하고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김 모 씨는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도 처음엔 이런 전조 증상이 있었다"며, "안전정밀진단도 중요하지만 확실히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나서 영업 재개하는 게 순리"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강북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시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밀 안전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롯데 측에 천막 설치 지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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