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가상화폐 보험 논의…선점 '기대' vs 불안 '우려'

한화손해보험이 사실상 국내 보험업계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전문 보험 개발 논의에 나섰다. /더팩트 DB

보험업계 선제 움직임…가상화폐 산업 인정 계기 될까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한화손해보험과 보험상품 개발 논의에 나섰다. 한화손보는 업계 최초로 가상화폐 관련 전문 보험상품 개발을 추진하는 만큼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자체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해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 블록체인협회가 한화손보를 보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23개 가상화폐 거래소와 보험 상품 구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가상화폐 업계의 불확실성과 위험성 탓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한화손보가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기존에 일부 거래소들이 가입했던 '사이버 보험'으로는 피해 보상 대상 기준이 불분명했다. 피해 보상 한도도 부족했던 데다 자산 인정 범위도 불확실해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자들의 직접적인 손실을 모두 보장할 수 없었다.

이에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손해보험사들과 가상화폐 거래소의 상황을 고려한 보험상품 개발을 논의했고 한화손보는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아직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지만 보험사가 거래소들의 입장을 직접 반영해 상품개발에 나선 만큼 추후 업계 전반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신규 산업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화손보가 사실상 처음으로 가상화폐 전문 보험상품에 뛰어들자 업계에서는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특화보험의 특성상 개발에 성공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성장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중상위 보험사인 한화손보는 이를 통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외부에 설치된 가상화폐 거래가격 전광판의 모습. /더팩트 DB

한화손보 측은 아직 논의 시작 단계인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불안한 상황 등을 고려하더라도 향후 발전 가능성이나 앞으로의 가치에 주목해 논의를 시작했다"며 "추후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우려도 남아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을 위한 국가 차원에서의 규율은 거의 없고 자율규제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보안성 측면에서도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거래소 1위로 꼽히는 업비트는 운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고, 업계 2위인 빗썸은 대규모 해킹 피해를 입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위해 피보험자의 안정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직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안성이 일반 금융사만큼 확실하지 않아 보험 상품 논의가 시작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계약 체결까지 이룰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각 거래소의 실정이 다른 것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중재자로 나서며 한화손보는 협회 차원에서의 일괄적 보험 가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23개 거래소의 규모나 보험료 수준 등은 제각각이다.

한국 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거래소의 보험 가입과 보험사의 상품 설계를 돕는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고 현재 보험사가 각 거래소와 개별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거래소마다 필요한 보상 정책이 다른 만큼 시간은 꽤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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