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 '공감대'…위기 극복 디딤돌 될까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규투자 전략 시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더팩트 DB

'한숨 돌린' 현대차, 노조 '위기 공감'…임금협상 잠정 합의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미국의 수입차 '관세 폭탄', 글로벌 경쟁사들과 경쟁 심화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대자동차(현대차)가 노조와 올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급한 불' 끄기에 성공했다.

비상등이 켜진 수출 환경과 더불어 가장 큰 과제로 꼽혔던 노조와 합의를 이뤄낸 만큼 현대차가 위기극복 카드로 꺼내 든 그룹 차원의 신규투자 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양 축으로 올 들어 '수소전기차', '인공지능(AI)', 친환경 신(新) 에너지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혀왔다.

현대모비스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검증시스템 '마이스트(MAIST)'와 딥러닝을 탑재한 대화형 개발문서 검색로봇(챗봇)을 최근 도입했다고 23일 밝혔다. 소프트웨어 중심기업으로 변화를 선언한 4차산업 최대 화두인 AI를 연구개발 과정에 선제적으로 도입해 자율주행·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부품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검증시스템 마이스트와 딥러닝을 탑재한 대화형 개발문서 검색로봇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제공

이 외에도 최근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이스라엘의 차량용 통신·반도체 설계 업체 '오토톡스'에 전략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특히, 지난달 신에너지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 저장장치(ESS) 개발을 공언하고, 그 시발점으로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으로 꼽히는 핀란드의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는 데는 급속도로 악화하는 대외 경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최대 완성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으로 촉발한 25%에 달하는 '관세 폭탄'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가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해왔던 내수 시장에서조차 수입차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세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수입차를 대상으로 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전체 생산물량의 40%를 전량 미국에 수출하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을 비롯해 현대차그룹에 천문학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이유로 이번 임금협상 잠정 합의는 '갈 길 바쁜' 현대차에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 측에서도 이번 합의가 '위기 극복을 위한 공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신에너지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 저장장치(ESS) 개발을 공언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그러면서 "특히, 이번 협상은 지난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하기휴가 전 잠정 합의 도출로 올해만큼은 관례적 파업을 자제하고 교섭 장기화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데 양측이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국내외 시장에서 제품 및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열린 19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및 격려금 250% + 280만 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2018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26일 진행된다.

likehyo85@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