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빈 부회장, 中 등 글로벌 경영 본격화...개성공단 재가동 '관심'
[더팩트ㅣ마포=이지선 기자] "5년 경영 공백을 중국시장 공략으로 만회하겠다. 지난 과오를 속죄하며 옛 패션 기업의 영광을 반드시 되찾겠다."
박정빈(46) 신원 부회장은 의욕에 넘쳐 있었다. 2년간 수형생활을 한 뒤 지난 4월 가석방된 박 부회장은 18일 여성복 브랜드 '비키'의 가을/겨울 시즌 신상품 디자인을 미리 공개하는 품평회 자리에서 <더팩트> 취재진의 직격 인터뷰에 응하며 "지난 과오를 반성한다. 해외 시장 개척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겠다"고 새로운 결의를 보였다. 박 부회장의 언론사 인터뷰는 출소 후 이번이 처음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오후 의류전문기업인 신원그룹 창업주 박성철 회장의 차남 박정빈 부회장이 최근 경영에 복귀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독막로에 위치한 신원 본사를 찾았다. 박 부회장은 정보대로 신상품 디자인 공개 품평회에 참석, 직원들과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취재진이 다가서자 박 부회장은 다소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작정을 한 듯 담담하게 과오를 인정하고 경영 복귀 소회와 비전을 털어놨다.
박정빈 부회장은 가장 먼저 "과거 잘못된 일을 반성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15년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뒤 2016년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월 형을 선고받고 지난 4월 30일 만기 6개월을 남긴 상태에서 가석방으로 수감생활을 마친 것을 의식한 듯했다. 현재 신원 대표이사는 박 부회장 동생 박정주 사장이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은 출소 후 급여를 받지 않으면서 회사 일에 헌신하며 현장 중심으로 주요 현안을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말은 '중국시장 진출'이었다. 인구 13억의 중국 시장은 의류기업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 사업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수감되며 5년을 보내는 바람에 꿈을 펼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 시기를 '잃어버린 5년'이라고 불렀다. 그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신원은 지난 3년간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다. 패션시장 둔화와 개성공단 폐쇄가 겹쳐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적자가 이어졌다.지난 2016년 49억5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83억9000만 원으로 손실 규모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올해 박 부회장의 출소와 함께 '남북 해빙 무드'에 접어들면서 '남북 경제협력 기업'으로 주목받으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정빈 부회장은 어두운 과거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지나간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려 한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은 시간이었다"며 "특히 인구 13억의 거대시장 중국은 늦었지만 좋은 돌파구가 될 것"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유통 기업 '진잉그룹'과 공동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중국 관련 사업은 박정빈 부회장 복귀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그룹 내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한국과 중국이 손잡고 만든 남성 캐주얼 브랜드 '마크엠'이 중국 현지에서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며 "한-중 남성 캐주얼 브랜드 판매를 더욱 늘리기 위해 유통망을 확장하는 등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마크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신원은 중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마크엠' 제품을 비롯해 1조50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신원 성장에 중요한 '캐시카우(주요 수익원)'로 삼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최근 남북한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남북 경제협력의 핵심인 개성공단 가동 여부도 박정빈 부회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그는 "신원은 개성공단 1호 입주기업"이라며 "최근 남북 해빙 분위가 불거지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또 "신원은 10년간 개성공단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만큼 개성공단 재개가 결정된다면 적극적으로 입주를 추진할 것"이라고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시장 공략은 신원을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도약하는 박정빈 부회장의 전략적 승부수다. 신원은 현재 베트남에 3곳, 과테말라 1곳, 인도네시아 2곳, 미국 1곳으로 총 7개 해외 법인을 갖추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 가운데 과테말라와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니트 본부를 적극 활용해 안정된 생산 기반으로 니트 수출 분야에서 선두를 지켜나갈 계획"이라고 글로벌 기업 비전을 밝혔다.
"신원은 90년대 여성복을 중심으로 패션을 선도하는 기업이었다. 이제는 여성복뿐만 아니라 패션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 향후 세계적인 패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이끌겠다."
효자 품목인 여성 브랜드의 유통망 차별화도 경영 복귀 후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박 부회장은 "지난 1995년 선보인 여성 브랜드 비키를 백화점에 다시 내놓고 90년대 여성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던 베스띠벨리를 대리점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각 브랜드마다 유통망을 다르게 하는 판매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유통망 차별화 전략을 설명했다. 각 브랜드를 선호하는 연령층에 맞게 유통 채널을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신원은 1973년 설립 이후 끊임없이 새로운 패션과 문화를 선보이며 국내외 패션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내수부문에서는 여성복 브랜드 베스띠벨리, 씨, 비키와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 지이크파렌하이트가 국내 정상급 패션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2011년 이사베이, 반하트디알바자를 론칭하며 다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니트 부문에서는 두괄적인 수출 성과를 나타내며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