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즉시연금 미지급' 생보사, 금감원 칼 빼 들자 이제야 '화들짝'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금융감독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콕 집어 언급하자 생명보험사들이 황급히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이덕인 기자

윤석헌 금감원장 "미지급금 일괄 지급해라"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반년간 해결이 미뤄지던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들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칼을 빼 들었다. 금감원이 '약관 부실'에 따라 소비자에게 덜 줬던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하라고 생보사들에게 요구한 것이다. 생보사들은 부랴부랴 미지급금과 관련해 논의하며 대응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생보사들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이하 즉시연금)'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연금을 적게 지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소비자 민원 제기로 드러난 것이다. 생보사들은 지금껏 약관에 명시되지 않은 재원을 계약자에게 줘야할 연금에서 공제해왔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맡기면 매달 연금으로 나눠 받고 만기 시점에 원금을 돌려받는 상품이다. 생보사에게 그동안 즉시연금은 '황금알'이었다. 가입하면서 목돈을 맡기다 보니 자금 조달이 쉽고 운용 수익이 크게 나면 고객에게 수익을 내주고도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지급 재원 공제'에서 시작됐다. 즉시연금 상품 약관에 따르면 계약자가 낸 보험료를 운용해 나온 수익을 연금으로 모두 줘야 했지만 사업비 명목으로 연금에서 일부를 재원으로 뗀 것이다. 초기 즉시연금 약관은 '지급 재원'에 대한 근거가 없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생보사가 지급해야 할 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에 '연금 지급 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며 민원인 손을 들어줬다.

당시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들에게는 환급이 이뤄졌다. 그리고 생보사들은 지난 1월 약관에 지급 재원 공제 사실을 명시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약관을 개정하기 전, 연금을 적게 받은 모든 소비자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생보업계 상위권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미지급금 규모가 큰 만큼 신중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DB

지난 9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후 첫 언론브리핑에서 콕 집어 "미지급 즉시연금에 대해 일괄 구제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미지급했던 연금과 이자까지 피해자 모두에게 전액 지급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가입자가 많았던 만큼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도 막대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지급해야 할 미지급금은 4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시연금 판매 당시 약정했던 연금 최저보증이율을 맞추지 못했던 분량과 떼냈던 사업비를 합한 금액이다.

업계 2·3위인 한화·교보생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생명은 850억 원, 교보생명은 700억 원의 미지급금이 있는 것으로 각각 추산되고 있다. 업계 '빅 3'를 비롯한 전체 생명보험사 들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액은 8000억 원으로 피해자는 1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 측은 미지급금 규모가 큰 만큼 고민이 깊다. 삼성생명은 이달 말 쯤 이사회를 열고 미지급금 환급 계획을 논의할 전망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민원이 발생한 건에 대해 환급이 이뤄진 상태"라며 "미지급금으로 추산되는 금액이 많은 만큼 월말에 이사회를 거쳐 논의 후에 (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도 관련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법률적 부분 등을 자세히 살피고 금감원 요구에 대응할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감원 요구에 대한 회신을 한 달 정도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지급금에 대한 금감원 기준이나 약관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교보생명에 즉시연금 관련 민원이 직접 제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직접적 소비자 민원제기는 없었기 때문에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며 "금감원 지적이 있었지만 약관 등을 자세히 검토해봐야 할 일이기 때문에 논의가 길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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