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현대重, 하청업체 공사비 후려치기 논란 '일파만파'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에 대한 유예기간이 끝난 시점에 맞춰 공사비를 삭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현대중공업이 담당자를 교체해 이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제공

하청업체 '16억 빚더미'...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참여 9000명 돌파

[더팩트 | 이한림 기자] 현대중공업의 한 하청업체 대표의 하소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사 진척에 따라 받는 작업 비용이 기존보다 대폭 삭감돼 임금이 체불되고 4대보험이 연체돼 16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대중공업㈜의 "갑질횡포"를 멈춰주십시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5일 만인 10일 오후 10시 9099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현대중공업 건조1부에서 선박건조 업무를 다루는 대한기업의 김도협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6월 대한기업을 설립한 후 현대중공업에 원청업체로 일해왔다. 그러나 그는 3년 만에 4대보험 연체금이 12억 원에 이르렀고 신용재단, 신용기금, 은행권 등에 4억 원 가량의 빚을 져 총 16억 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명의 아파트와 동생 집이 압류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채무 상황이 악화된 이유로 현대중공업의 일방적인 공사비 삭감 통보를 꼽았다. 대한기업은 현대중공업 공사비를 통해 근로자 임금뿐만 아니라 세금까지 납부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을 시행한 후 공사비가 대폭 줄어 각종 연체금을 납부할 수 없게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김 대표는 대한기업이 현대중공업의 작업 계획 부서 등에 지시를 받으며 3년 간 부서 방침에 따라 인원을 늘리고 연장근무를 통해 성실히 작업을 이행해왔는데 결국 16억 원에 달하는 빚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 원인을 현대중공업이 박근혜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 정책 시행 시기를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 경기 변동,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고용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는 업종을 지원하기 마련한 제도다. 이 가운데 조선업은 지난 2016년 6월 해당 제도가 지정됐으며 1년의 연장을 거쳐 올해 6월30일 유예기간이 끝났다.

그는 "이 정책이 보험금을 줄여주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며 납부 기한만 유예했다"며 "현대중공업이 유예가 끝난 하청업체에 공사비를 대폭 줄여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됐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대한기업의 김도협 대표가 지난 5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게재한 청원글 동의자 수가 게재 5일 만인 10일 오후 10시 9099명을 넘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 김도협 대표 "현대중공업, 담당자 교체로 책임 회피하고 있다"

또한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해당 업무 담당자를 바꿔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업계의 '선공정 후계약'의 관행에 따라 공사비가 얼마인지도 모른 채 부서 지시에 따라 인건비를 늘리며 작업량도 늘렸지만 이에 해당하는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 실무자와 부서장에게 삭감된 공사비 만으로는 근로자 임금 충당이 불가능하다고 말을 했지만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만 추천 받았다"며 "선공정 후계약 관행으로 담당자와 구두 약속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상황인데 현대중공업이 갑자기 담당자를 교체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기존 부서장과 담당과장이 대한기업에 인원 충원을 지시하며 공사비를 맞춘 품위서 제출을 약속했지만 7월1일자로 부서장과 담당과장이 보직 해임됐다. 이에 따라 공사비를 책임져주겠다는 담당자가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공사비 삭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한 하청업체 대표는 지난 2015년 12월 차량에 번개탄을 피우고 목숨을 끊었다. 그는 기존에 받았던 공사비를 대폭 줄이겠다는 현대중공업측 통보를 받았고 이후 소속 직원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해 고민하다 비극적 선택을 한 것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해당 사안을 확인하고 있으며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며 대답을 피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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