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에 면세점 시장 포화…롯데·신라, 해외 시장 공략 가속화
[더팩트│황원영 기자] 국내 면세점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신라가 해외 무대로 발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 잇따른 악재로 면세점 운영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신라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수익 감소와 법적 규제라는 이중고에 부딪혀 있다. 게다가 서울 시내 면세점 수가 지난 2015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국내 면세점 시장이 포화된 점도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로 분석됐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롯데면세점은 2012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점을 시작으로 현재 일본 긴자시내점과 간사이공항점, 미국 괌공항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내점, 태국 방콕시내점, 베트남 다낭공항점, 냐짱 깜란공항점 등 총 7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6년 기준 스위스 듀프리에 이어 세계 면세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1400억 원으로 4년 전보다 약 155% 성장했다. 올 1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52% 늘어난 468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최근에는 베트남 나짱 깜란국제공항에 면세점을 냈다. 지난해 오픈한 다낭공항점에 이어 약 1년 만에 오픈하는 베트남의 두 번째 매장이다. 깜란공항점은 공항 내 유일한 면세점 매장으로 신터미널 출입국장에 1680㎡(약 508평) 규모로 운영된다.
깜란공항점은 화장품, 향수, 시계, 패션, 주류, 담배 등 전 품목을 취급하는데 후·설화수 등 국산 화장품 브랜드들은 물론 입생로랑·디올·조말론 등 중국인이 선호하는 화장품 매장이 가장 큰 규모로 오픈 예정이다.
롯데는 향후 10년간 깜란공항점에서 70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트랑은 베트남 중부 지역 최대 관광지로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도시다. 지난해 약 2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나트랑을 방문했으며 올해 나트랑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나트랑깜란공항점은 다낭공항점에 이어 오픈 첫 해 흑자를 기록하는 ‘알짜’ 매장이 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향후 베트남 주요 도시에 시내면세점을 지속적으로 추가 출점해 향후 3년 내 베트남 최대 규모 사업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신라면세점 역시 30년간 쌓아온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013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을 시작으로 꾸준히 해외 시장에 진출해 현재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마카오 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태국 푸껫 시내면세점,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 등 다섯 곳의 해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주요 허브 공항의 면세점 운영을 맡으며 공항 면세점 운영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신라면세점의 해외 매출은 7000억 원 규모로 국내 면세점 사업자 중에서는 가장 많다. 특히,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점은 올해 1분기에 매출 942억 원, 당기순이익 11억 원으로 영업 첫 분기에 곧바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는 신라면세점이 올해 국내 면세점 업체 중 처음으로 연간 해외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28일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면세점을 정식 개장했다. 앞서 호텔신라는 지난해 4월 듀프리, DFS 등 쟁쟁한 글로벌 면세 사업자들이 모두 참여한 입찰에서 ‘화장품·향수·패션·액세서리’ 분야의 면세점 운영 사업권을 획득해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2024년 9월까지 단독 운영하게 됐다.
첵랍콕국제공항점 규모는 3300㎡(약 1000평)로 약 200여 개의 화장품, 향수,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가 입점했다.
호텔신라는 이번 첵랍콕국제공항 면세점 오픈으로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이어 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서 모두 면세점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됐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3개 공항의 연간 이용객은 2억 명 이상”이라며 “공항면세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화장품·향수 분야의 세계 최대 규모 주력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롯데·신라 면세점은 오는 23일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2터미널(T2) 면세점 입찰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해당 면세점의 연 매출규모는 4000억 원이며 사업권 운영 기간은 1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