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폰, 중저가로 확대…고객 선택 폭넓어져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급제스마트폰(자급제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자급제용 제품군을 늘리면서 시장 활성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또 다른 선택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6일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V35 씽큐'를 국내에 출시한다. 전작 'V30'의 디자인과 올해 상반기 출시작 'G7 씽큐'의 성능을 더한 'V35 씽큐'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뿐만 아니라 자급제 채널을 통해서도 판매된다. 자급제폰은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전자제품점 등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살 수 있는 공기계 휴대전화를 말한다.
LG전자의 자급제폰 출시는 이번이 2번째다. 앞서 회사는 지난 5월 전략 스마트폰 'G7 씽큐'를 출시하며 자급제폰 시장에 발을 들였다.
자급제 제품군 확대는 고객의 선택 폭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으로 가서 직원들의 추천을 받고 스마트폰과 통신서비스를 묶어서 구매하는 기존 방식이 싫은 고객은 자급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구매와 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할 수 있다. 기존에도 일부 모델에서 자급제 방식의 제품이 나오긴 했으나 이동통신사에서 공급하는 가격보다 오히려 10% 정도 더 비싸 활용 가치가 떨어졌다.
LG전자는 고가의 전략 스마트폰이 아닌 중저가폰도 자급제 채널을 통한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자급제폰이 중저가대 제품까지 확대된다면 시장의 판이 좀 더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급제폰 라인업을 중저가대로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을 자급제 형태로 내놓으며 시장의 문을 연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출고가 39만6000원의 '갤럭시A6'를 자급제폰으로 출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도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빅스비' 등 전략 스마트폰의 특장점이 적용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시하는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저가의 자급제폰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이날 LG유플러스를 통해 출시되는 '갤럭시J6'가 자급제 채널을 통해서도 판매될 가능성이 크다. 가격은 30만 원대다. 앞서 삼성전자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자급제폰 방식으로 계속 내놓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으로 국내 자급제 비율은 8%로 전 세계 평균인 61%에 크게 못 미친다.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제조사들이 자급제폰 라인업을 확대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중저가 자급제폰 구매 후 알뜰폰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통신 요금을 최대한 아끼려는 고객이 늘어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급제폰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스마트폰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며 "그동안 스마트폰을 사려면 당연히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식이 바뀌려면 많은 고객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제품 자체가 홍보로 작용해야 한다"며 "'좋은 제품'이 자급제 방식으로 나오면 고객들이 눈을 돌릴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급제폰 라인업을 늘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근 행보는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