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 부결
[더팩트│황원영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사 해임안을 두고 맞대결을 벌인 가운데 신 회장이 다시 한 번 승리했다. 특히 신 회장은 구속 수감으로 부재 중인 가운데서도 결국 승기를 잡아 ‘위력’을 보여줬다. 경영권 재탈환에 나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29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 회장 및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의 이사 해임 안건을 부결 시켰다. 신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 역시 부결했다. 이 안건은 형인 신 전 부회장이 직접 주주 제안 안건으로 제출했다.
당초 업계 내에서도 신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실시된 네 차례 표 대결에서 신 회장이 모두 모두 압승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형제의 난’이 발생한 후 일본 롯데홀딩스 등기이사 해임을 두고 분쟁을 벌여왔다.
그간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자리를 지켜왔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신 전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광윤사(지분율 28.1%)로 신 회장의 지분은 단 4.0%에 불과하다.
하지만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 광윤사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그간 신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됐다. 그간 신 회장이 한국에서도 한일 통합경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총이 신 회장의 구속 상태에서 치러진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하지만 일본 롯데홀딩스가 다시 한 번 신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일본 재계는 경영자가 구속될 경우 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준법경영 원칙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 12일 보석을 청구하고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가서 직접 주주들에게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현실적으로 주총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신 회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 롯데 비상경영위원회 대표단을 급파해 본인에 대한 지지와 원만한 주총 진행을 당부하고 서신을 전달했다. 대표단은 신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이긴 하지만 3심까지는 유죄 확정이 아닌 점 등을 설명하고, 한·일 롯데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 신 회장의 이사직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경영진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이사 해임 안건과 신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영 복귀를 노린 신 전 부회장이 좌절을 맛보게 됐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1980년대부터 30년간 일본 롯데를 경영해왔지만 2015년 1월 경영자로서의 부적격성을 이유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됐다. 이후 형제의 난을 일으킨 후 경영권 재탈환에 나서왔다.
신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가 유지되는 동시에 그간 진행해왔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의 연결고리이자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해 온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다.
롯데건설·롯데캐피탈·롯데물산·롯데상사 등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호텔롯데의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19.07%)·광윤사(5.45%)·패미리(2.11%)·L투자회사 11곳(74.76%) 등 일본 계열사가 지분 99%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즉,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일 롯데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신 회장은 그간 한일 롯데그룹의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 91개 계열사 중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51개 계열사를 편입했다. 하지만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 등 핵심 계열사는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구조 아래 있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미완의 상태로 남았다.
업계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굳건한 지지를 받은 만큼 향후 지배구조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 회장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도 롯데지주 신주 248만여 주를 취득해 롯데지주 지분율을 기존 8.63%에서 10.47%로 끌어올렸다. 지난 2월 치러진 주총에서는 롯데지주가 롯데지알에스·한국후지필름·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대홍기획·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는 안이 무사히 통과됐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표 대결에서 신동빈 회장이 다시 한 번 승리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패배한 것은 일본 주주들도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확실히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 회장은 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6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자진 사임했고 이사직은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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