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인천 10조 원 지킬 금고지기 자리 두고 '혈투' 예고

시중은행들이 이르면 다음달 말로 예정된 인천 시금고 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더팩트 DB

이르면 다음 달 말 입찰공고 예정…출연금 경쟁 과열 우려도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약 10조 원에 이르는 인천광역시의 예산을 관리할 시금고 은행 선정이 이르면 다음 달에 시작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서울시에 이어 이번 입찰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시의 시금고 약정기간이 올해 12월에 만료된다. 인천시는 4년 전에도 7월 말부터 금고 선정 절차를 시작했던 만큼 올해도 이르면 오는 7월 말쯤 시금고 운영 기관 선정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금고는 복수 금고로 운영된다. 일반회계·공기업특별회계·기금은 제 1금고에서 운영하고, 기타 특별회계는 제 2금고에서 맡는다. 올해 예산 기준으로 1금고에는 8조3000억 원이, 2금고에는 약 2조 원이 예치된다.

시중은행은 너나 할 것 없이 약 1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지키는 인천시의 금고지기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시·도금고 선정을 앞둔 지방자치단체(세종시·전라북도·제주도) 중에서 가장 예산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4년 전 인천시 금고 공개 입찰에도 신한·농협·국민·하나·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이 모두 참여했다.

현재 인천시의 1금고는 신한은행이, 2금고는 농협은행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줄곧 인천시의 1금고를 맡아 운영했던 만큼 이번 입찰에서도 재선정을 위해 역량을 발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입찰) 일정이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확실한 입찰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금고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에 도전할 유력한 후보로는 우리은행이 꼽힌다. 지난달 우리은행은 서울시 1금고 자리를 신한은행에 내주고 2금고를 차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관 영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내부 인사를 진행하기도 한 만큼 지방자치단체 금고 관련해서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인천시 금고는 입찰 공고 전까지 신중하게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금고 입찰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연금에 대한 과당 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입찰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현재 주요 지방자치단체 중에 부산시 2금고, 광주시 2금고 등 두 곳만을 지키고 있다. 하나은행은 대전시 1금고, 세종시 2금고, 충남도 2금고 등 총 세 곳만의 금고를 지키고 있다. 두 은행이 만약 인천시 금고 입찰에 성공하면 기관영업을 더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처럼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나선 만큼 일각에서는 '출연금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별로 자금 운용능력이나 시스템 등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지역 사회 기여도'가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난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 은행이 시·도금고에 출연한 금액의 규모는 총 9957억7000만 원에 달했다.

은행의 금고 출연금은 청탁금지법 예외 사유에 해당돼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금고 출연금이 금고 지정 과정의 부패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협력사업비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금고로 선정된다는 것 자체가 큰 이득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한 지자체가 주거래를 시작하면 해당 지역의 여러 기관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이점이 있다"며 "은행들이 출연금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금고를 차지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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