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도심 내려앉은 달항아리 美…아모레퍼시픽 '연결' 신사옥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왼쪽)와 디자인 디렉터 크리스토프 펠거가 14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신본사에서 건축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산=안옥희 기자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손길 탄생 탁 트인 5층 정원 '눈길'

[더팩트ㅣ용산=안옥희 기자] "어떻게 하면 도시전경에 이바지하는 건축물을 세울 수 있을까. 또 아모레퍼시픽그룹 가치에 부합하는 건축물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용산 신본사를 설계한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밝힌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 했던 두 가지 질문이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신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한 치퍼필드는 "신본사는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렇게 고층빌딩이 많은 곳에서는 고요한 빌딩이 더 큰소리를 낼 수 있다. 백자의 아름다움은 절제돼 있지만, 그 존재감은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치퍼필드와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들은 신본사 건축물을 5층에서 1층까지 안내하며 건축 철학을 공유했다. 핵심 키워드는 '연결'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신본사는 사람과 사람, 건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형태"라며 "임직원들의 업무시설로서 소속감과 애사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 주민, 지역 사회와 서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 역할을 하도록 형태를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협력사나 외부 고객에 공개된 공용 문화공간인 지하 1층~지상 3층은 각기 다른 테마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용산 신본사 2층과 1층에서 올려다본 모습. /안옥희 기자

특히 한옥의 중정을 연상케 하는 건물 속 정원인 5층 '루프 가든'은 보는 이들로부터 감탄사를 자아냈다. 5~6개 층을 비워낸 독특한 구조 덕분에 임직원이 건물 내 어느 공간에 있더라도 자연과 호흡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소통,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5층은 직원 전용 공간으로 외부와 맞닿은 정원뿐 아니라 여성휴게실, 피트니스, 식당 및 카페가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5층은 신본사에서 가장 신경 쓴 공간"이라며 "서경배 회장이 5층 전 공간을 직원 전용 복지 공간으로 할애했다"고 말했다.

지하 1층~지상 3층은 각기 다른 테마로 이뤄져 있다. 공통점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역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공용 문화 공간으로 외부인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신본사에 입주 또는 방문한 협력사 직원 및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공용 공간들이 눈길을 끈다.

2~3층에 있는 450석 규모의 대강당에서는 임직원과 고객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달 말 제17회 미쟝센 영화제 개막식도 이곳에서 연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설계한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신본사는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렇게 고층빌딩이 많은 곳에서는 고요한 빌딩이 더 큰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 용산 본사 전경. /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2층에는 체험 특화 공간인 아모레 스토어와 회사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아카이브, 직원을 위한 사내 어린이집, 제품 개발에 고객 의견 반영을 위해 만들어진 고객 연구센터 등이 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과 전시도록 라이브러리가 있는 1층은 누구나 다양한 예술, 문화, 전시를 자유롭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공간이다. 여기엔 창업주 서성환 선대회장이 한국 고유의 전통차 문화를 부흥시키기 위해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한 1979년을 상징하는 '오설록 1979' 매장도 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설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3층부터 22층까지 이용할 수 있는 36대의 트윈 엘리베이터가 대표적이다. 신본사 내 총 36개 엘리베이터를 통해 800여 명이 동시에 탑승 및 이동이 가능하다.

신본사는 지하 7층, 지상 22층, 연면적 188,902.07m²(약 5만7150평) 규모로 7000여 명이 함께 근무하는 공간이다. 트윈 엘리베이터를 통해 목적지로 대부분 17초 만에 이동할 수 있어 대기와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설명이다.

단아하고 간결한 큐브 형태의 외관이지만,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해 에너지 효율에도 각별히 공을 들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치퍼필드의 설계로 여느 고층 빌딩과 달리 자연 채광을 실내 공간에 확산시킬 수 있어 외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기술적으로 에너지 절약 효과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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