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집도의는 부작용 '모르쇠'…되려 소송 권유하는 '이상한' 병원
[더팩트|인천=고은결 기자] 60대 남성이 인천 가천대학교 길병원에서 신장의 물혹을 제거하기 위해 복강경 수술을 받으러 갔다. 그러나 환자는 수술 후 복부가 비대칭 형태를 보이는 부작용 피해를 입었다. 이에 환자 가족이 병원에 항의하자 병원 측은 도리어 "소송하면 병원은 더 유리하다"며 적반하장식 대응을 해 환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소설 같은 얘기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다. <더팩트>는 지난 7일 복부 변형으로 고통을 호소 중인 구모(66)씨를 만났다.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에 살고 있는 구 씨는 지난 2016년 5월 신장의 물혹을 제거하기 위해 지역의 대표 병원 길병원을 찾았다. 구 씨 가족은 길병원 비뇨기과 의사 A씨가 서울대 의과대 출신이고 유명 의사인 점에 안심하고 A씨에게 수술을 받기로 했다.
구 씨는 "A교수가 혹을 떼는 복강경 수술이 걱정할 필요 없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말해 안심하고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 씨는 같은 해 5월 23일 수술을 했고, 3일 이후 소독을 위해 붕대를 풀었을 때 복부 오른쪽 옆구리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것을 발견했다. 구 씨는 복강경 수술 때 개복 가능성을 알지 못했는데 간호사가 상처를 소독하는 과정에서 복부가 절개된 사실을 알게 됐다.
구 씨는 "병원 측이 사전에 개복을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물론, 수술 후 물어볼 때까지도 개복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면서 "복부 비대칭 부작용에 대해서는 향후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의 수술 동의서를 살펴보면 '수술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항목에 '수술 중 개복수술로 전환할 수 있음'이라는 문장은 있다. 그러나 병원이 개복수술로 전환한 뒤 환자가 문의할 때까지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환자 측 입장이다.
구 씨가 다른 병원에서 받은 신체 감정 결과를 살펴보면 길병원은 우측 신낭종 제거술 시행 도중 복강경 수술 방법을 이용한 신낭종 제거술이 출혈과 다량의 신낭액 유출을 일으키자 복강경 수술을 포기하고 11~12번 늑골 사이 옆구리를 절개하는 개복수술로 전환했다. 구 씨는 개복수술 도중 우측 늑간신경에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근전도 검사에 따르면 구 씨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구 씨는 개복수술 도중 신경 손상으로 장기가 복벽을 밀며 팽창된 복부를 잡아주기 위해 늘 복대를 착용하고 생활하고 있다.
◆부작용 놀라 찾아가자 집도의 "운동하라"·병원은 "소송하라"
구 씨는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오른쪽 옆구리를 보고 "수술 중 수술 도구가 들어간 것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 같은 비정상적 상태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구 씨를 퇴원시켰다. 구 씨와 가족들은 병원 측 설명만 믿고 한동안 경과를 지켜봤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나도록 팽창한 옆구리는 그대로였다. 이후 다시 길병원을 찾아갔지만 부작용의 원인에 대한 설명을 듣기는 커녕 오히려 의사로부터 "운동을 하라"는 핀잔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도 옆구리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구 씨는 결국 병원의 다른 과 교수라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해서 당시 길병원 항문외과에 있던 B교수를 만나게 됐다. 구 씨는 B교수로부터 '수술 부작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구 씨에 따르면 B교수는 수술 전과 수술 후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를 보여주며 수술 전에는 양쪽 복벽이 일정했으나 수술 후 한 쪽 복벽이 얇아져 복부 비대칭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구 씨는 "B교수는 한쪽 복부가 비대칭인 상태에서 계속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현재 늘 복대를 차고 있는 것은 물론 걷는 것조차 지팡이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개인택시를 몰던 구 씨는 수술 이후 부작용으로 오랫동안 운전하기가 힘들어 하루에 길어야 2시간만 일을 할 수 있어 생계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
구 씨는 이후 병원 측에 이 같은 부작용을 다시 호소했지만 A교수는 구 씨와의 대화 도중 "신경은 보이지 않아 절단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의료사고 여부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더욱이 A교수는 수술 당시 상황과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환자 측은 전했다. 구 씨는 "법무팀은 처음에는 수술비만 돌려줄 것을 제안하다가 이를 거절하자 도리어 '수술비 이상을 원하면 소송하라, 병원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병원은)소송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의료소송 현재 진행 중…환자 "부작용 피해 극심" vs 길병원 "수술 잘못 없어"
환자 가족은 소송에 걸리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모두 부담됐지만 병원 측 대응에 화가 나 결국 그해 연말 의료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환자 측은 길병원과 현재까지 1년 반 동안의 지리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구 씨는 "복부 비대칭 부작용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데다 생계까지 어려워졌다"면서 "그런데 병원 측은 자신들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담당 의사에게 속 시원한 설명조차 듣지 못해 속만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구 씨 가족은 길병원 대응에 실망해 서울 유명 대학병원을 찾아갔지만 마음의 상처만 또 한 번 입었다.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 소속 의사는 구 씨 상태를 보고 "의료 사고로 이렇게 된 것이냐"고 물은 후 "고칠 도리가 없다, 혹을 뗀 대신 (부작용을) 얻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구 씨는 "다른 병원 의사들도 수술 실수라는 점을 알아차리고 더 이상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고칠 방법이 없다고 하니 그저 망연자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길병원 측은 구 씨 사안은 전혀 의료사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개복 수술 중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손상될 수밖에 없으며 구 씨는 음식 소화가 안되는 등 기능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병원은 이어 "시각에 따라 외관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수술 집도 후 환자가 말하는 한쪽 복부가 튀어나왔다는 점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법무팀이 환자 측에 수술비를 돌려주겠다고 한 내용에 대해 "의료사고 인정이 아닌 도의적 차원의 제안"이라고 해명했다. 길병원은 향후 의료소송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