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가시지 않는 '채용 비리' 후폭풍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DGB대구은행이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이어 후임으로 뽑힌 김경룡 행장 내정자도 '채용 비리'에 휩싸이면서 잇따라 '수장 공백'을 맞이하게 됐다. 김 내정자를 둘러싼 채용 비리 의혹이 해소된 뒤 최종 선임할 예정이어서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김경룡 은행장 선임 관련 임시 주주총회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4일 주총을 열고 행장을 선임하기로 했는데, 무기한 미뤄진 것이다.
김 내정자를 둘러싼 채용 비리 의혹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내정자는 지난 2013년 경산 지역 담당 본부장을 지내면서 경북 경산시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 아들을 부정 채용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공무원의 자녀는 2014년 대구은행에 입행했다.
이로 인해 김 내정자는 지난달 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내정자의 취임이 연기되면서 대구은행은 박명흠 행장 대행이 이끌게 됐다.
이에 앞서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김 내정자의 채용 비리 논란이 불거지자 DGB금융과 대구은행 이사회에 행장 선임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와 관련된 검찰 수사 결과 발표 후 행장 선임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대구은행 박인규 행장 구속 및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도 "행장 내정자의 비리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이 문제가 명확히 해소되기 전에 행장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며 "문제 있는 인사가 행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투명하고 공정한 인선을 통해 은행 쇄신의 기초를 놓는 것이야말로 현재 임원들의 최우선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31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선임됐지만, 신뢰 회복 등을 위한 '새 출발'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앞서 전임인 박인규 회장은 비자금 조성 및 채용 비리 의혹으로 지난 3월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특히 검찰 조사가 길어지는 등 채용 비리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경영 공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검찰이 채용 비리와 관련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관련 의혹이 있는 금융권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라며 "지난해부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데다 검찰 수사라는 게 어떻게 진행될지 단언할 수 없어 김 내정자가 선임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 대신 새로운 행장을 선임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당장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김 내정자가 수사 선상에서 벗어나는 등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하는데, 이 역시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인규 전 회장부터 CEO 리스크가 이어진 만큼 조직 안정화와 신뢰 회복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행장 공백이 오래 이어질 경우 새롭게 행장을 선임하는 등 다른 방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의혹이 해소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를 개최해 새로운 주총 일자를 정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으로 일정 기간을 정해두거나 다른 계획을 정해둔 것은 없으며, 우선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