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리츠 설립 점포 매각에 반발…임일순 대표, 성과급 지급 안하자 내부 불만 폭발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임일순(54) 대표가 이끄는 국내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점포 매각 이슈와 성과급 미지급에 따른 잡음으로 크게 휘청이고 있다.
홈플러스 일반노조가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전국 40개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 설립을 추진하는 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폐점을 통보한 부천 중동점 임차인과 직원들의 집단 반발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는 그동안 임직원들에게 지급해온 성과급을 최근 지급하지 않아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노사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어 '혁신'을 강조해온 임일순 대표의 '일방 통행식 리더십'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표이사로 승진한 국내 유통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노조는 리츠펀드 방식의 점포 매각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40개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홈플러스 리츠 설립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거쳐 오는 7~8월께 홈플러스 리츠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증시 상장으로 얻은 자금은 점포 리뉴얼을 비롯해 홈플러스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 2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가 40개 점포 매각을 추진해 마트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고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매장 매각 방침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리츠펀드 방식의 매각에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번 매각은) 홈플러스를 껍데기로 만들고 이익에만 눈이 먼 투기자본만 살찌우는 행태"라며 "론스타와 같이 투기자본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게 되고 홈플러스는 공중분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 특성상 얼마가지 않아 매각 작업을 통해 수익을 회수해 갈 것으로 보고 그동안 홈플러스 매장을 개별 또는 지역별로 묶어 매각할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이들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전체 142개 매장을 통으로 매각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매장을 나눠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묻지마 폐점'으로 논란이 된 부천 중동점은 오는 11월 폐점 결정에 따른 후폭풍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 측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점을 통보하면서 임차인들과 직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들은 홈플러스가 영세 자영업자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폐점 중단과 대책을 촉구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홈플러스가 폐점을 결정한 표면적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홈플러스는 매장 효율화를 통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임일순 대표의 전략에 따라 홈플러스 전국 점포를 기반으로 모던하우스 매장을 늘리고 마트 안에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일부 점포는 홈플러스가 모던하우스를 입점하기 위해 기존 상점의 상가 임대차 계약이 보호되는 5년이 지나자마자 퇴점 통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퇴점 비용으로 수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점주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부천 중동점 직원들은 고용승계와 급여 보장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측은 인접 점포로 전환 배치를 통해 고용을 승계한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소속 차이에 따른 급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홈플러스스토어즈 소속인 부천 중동점과 고용승계가 이뤄지는 상동점과 간석점 등은 홈플러스컴퍼니에 속해 급여 체계가 다르다.
현재 홈플러스 지배구조는 'MBK→홈플러스홀딩스→홈플러스스토어즈→홈플러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와 2008년 인수한 홈플러스스토어즈(옛 까르푸, 홈에버) 두 법인으로 이뤄져 있다.
내부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대주주이던 시절부터 20여년 간 매년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임 대표가 취임한 후 올해 임직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지난 10일 임직원들에게 '17/18년도 성과급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아쉽게도 우리는 지난해 주요 사업 계획에 올린 성과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전년 대비로도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이에 회사가 정한 지급기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직급별로 상이하지만 연봉의 10∼30% 수준의 성과급을 매년 지급해왔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올해 성과급을 주지 않는 대신 특별격려금을 이달 11일 지급했다. 이 가운데 특별격려금을 30만 원으로 통일하는 등 기존 성과급에 크게 못미치는 금액을 지급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6년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임원급과 평직원 성과급을 최대 6배에 이를 정도로 차등지급해 직원들 반발을 산 바 있다.
직원들은 임 대표가 올 3월만 해도 매출 성장을 적극 홍보해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꾼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 임 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2017년 가결산 실적으로 10조4000억 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며 "이는 2016년(약 8조 원대) 대비 매출은 다소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최저 임금 인상 등 부담을 제외하면 2017년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점포 매각과 성과급 미지급을 통한 인건비 절감 등으로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CEO로 선임된 임 대표는 업계에서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 엑스고 그룹 등 주로 유통업체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한 '재무통'이다. 임 대표는 취임 이후 홈플러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며 '유통 혁신'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임 대표 혁신은 각종 잡음을 내고 '일방 통행식 행보'로 이어져 노사 갈등만 키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