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미래 책임질 구광모 상무…짊어진 숙제 많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지난 20일 별세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에 대한 장례가 모두 끝났다. 재계는 본격적으로 닻을 올릴 LG그룹의 '4세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별세한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는다. 승계 작업은 다음 달 29일 그룹 지주사 ㈜LG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시작된다. 구광모 상무는 주총을 통해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구광모 상무는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그동안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었던 구본준 부회장은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계열 분리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LG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구광모 상무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경영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구본준 부회장은 계열사를 분리해 독립하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재계는 '구광모 체제'의 첫걸음이 안정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그룹이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를 갖춰 지배구조 측면에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LG의 3대 주주인 구광모 상무(6.24%)는 구본무 회장(11.28%)의 지분을 물려받으면 경영권을 확보한다.
구광모 상무는 LG그룹 내 6명의 부회장 등 전문경영진들과 함께 새로운 경영 체제 구축 작업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구광모 체제'를 이끌 핵심 인물은 ▲하현회 (주)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상무가 새로운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데 6명의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LG그룹 내에서 주력 계열사를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LG는 이미 전문경영진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구광모 상무가 40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서 비롯되는 '경험 부족' 지적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상무는 최근까지 미국·유럽·중국·싱가포르 등 글로벌 현장을 누비면서 사업 성과 및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며 "특히 신사업과 관련해서는 지식과 경험을 많이 쌓은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광모 상무의 어깨는 그 어떤 후계자보다 무거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의견이 나온다. LG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긴 했지만, 계열사 중 '1위 기업'이 없다는 점이 구광모 상무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앞서 구본준 부회장도 LG그룹 계열사에 '위기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외에도 '세이프가드 등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 하락' '글로벌 경제 저성장 기조 장기화' ' '스마트폰 사업의 지속적인 부진' 등 안팎으로 경영 악재 요인이 산적해 있다.
구광모 상무는 미래 사업을 발굴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보기술(IT)·4차 산업 등에 관심이 많고, 신사업을 관할하는 조직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재계는 전장과 바이오 사업 외 구광모 상무가 LG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상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상속세다. 구본무 회장의 지분 가치는 약 1조5000억 원으로, 향후 구광모 상무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LG그룹은 상속세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