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해치백 모델인 클리오는 프랑스 해치백 시장에서 20년간 판매 1위를 유지할 정도로 르노자동차의 '베스트셀링카'로 꼽힌다. 유럽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았던 클리오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르노' 고유의 엠블럼을 달고 나온 유럽 감성을 품은 헤치백이 현지 판매가격보다 1000만 원가량 낮은 몸값, ℓ당 17.7km라는 경제성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해치백을 선호하지 않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흥밋거리로 다가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르노삼성이 야심 차게 내놓은 클리오의 경쟁력을 확인해보기 위해 지난 15일 강릉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호텔에서 정동진 하슬라 아트월드 일대를 왕복하는 약 125km 구간을 달려봤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 소형차의 민첩함과 유럽차의 단단함 사이의 균형이 '이질감'이 아닌 '경쾌함'으로 다가온다. 시속 170km 이상을 주행해도 소형차 특유의 차체 흔들림이 없다. 부드러운 코너링도 돋보인다. 국내 디젤 소형차 라인업에서 보기 드문 주행감은 확실하다.
수치상으로는 90마력을 나타내지만, 1.5터보디젤이 전달하는 순간반응 속도는 1152㎏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 덕에 재빠르다.
앙증맞은 디자인도 클리오의 강점이다. 전면부의 일체형으로 구성된 헤드램프와 그릴이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실내 디자인도 자칫 조잡해보일 수 있는 소형차 특유의 아기자기한 이미지가 군더더기 없이 꾸며졌다. 블랙 유광으로 배치된 센터페시아에 다양한 조작 버튼이 한 대 모여 있지만 대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준다.
클리오의 공식 차체 재원은 길이 4063mm, 넓이 1732mm, 높이 1448mm, 휠베이스 2590mm. 차체에 비해 크다는 느낌을 주는 스티어링 휠이나 중형 세단 급에 탑재되는 17인치 휠은 의외의 무게감을 묻어낸다. 다이내믹한 주행을 즐기는 젊은 층에게 어필할 요소로 충분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센터 암레스트를 뒤쪽으로 밀어놨음에도 앞좌석 공간이 좁게 느껴졌다. 운전석 조절장치도 전부 수동이기 때문에 애를 먹었다. 트렁크는 보스톤 백 두 개 정도 탑재가 가능한 크기지만 뒷좌석 폴딩을 하지 않으면 적재 공간 부족해보였다.
소형차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수납공간은 만족감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센터 암레스트와 기어 시프트 뒤에 3개의 컵홀더가 있지만 크기가 애매하다. 스타벅스커피 톨 사이즈 기준 테이크아웃 커피컵이 들어가지 않았다. 센터페시아 내 엔진 스타트 버튼이 손이 잘 안가는 하단부에 위치한 점도 거슬렸다. 비상스위치와 도어락 버튼도 크기가 작아 조작하기에는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클리오가 보여준 연비는 ℓ당 15.9km다. 르노삼성차가 공개한 공식 연비는 도심 주행은 ℓ당 16.8km, 고속도로는 ℓ당 18.9km(복합연비 ℓ 당 17.7km)다. 차량 성능을 체험해보기 위해 급가속, 급제동을 반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료효율성에서는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판매 가격은 기본 1990만 원. 고급형은 2320만 원이다. 리어램프나 LED 헤드램프, 후방카메라, Boss사의 사운드시스템, 스마트 커넥티트 시스템 등 각종 편의사양을 고려하면 고급형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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