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PA로 유명세 떨친 오렌지팩토리, 전상용 대표 논란 일파만파
[더팩트|구의동=고은결 기자] "뉴스 보셨어요? 어쩐지 오늘 손님이 좀 없네요."
15일 오후 찾아간 오렌지팩토리 구의점에서 만난 한 직원은 회사 부도와 관련해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렌지팩토리 구의점은 2층짜리 대형 건물로 디자인센터까지 둔 주요 매장이다. 오렌지팩토리는 자금난으로 부도 처리돼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전상용 대표를 둘러싼 '호화 생활' 논란까지 불거졌다. 매장 직원들 또한 이러한 상황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창고형 의류 매장으로 유명한 오렌지팩토리는 올해 1월과 2월 두 차례의 부도위기를 넘겼지만, 결국 3월 23일 부도 처리됐다. 유니클로, 자라 등에 대항할 토종 SPA(제조와 유통을 병행) 브랜드라고 홍보해온 오렌지팩토리는 전국에 60여 개 매장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모기업 2곳이 부도 처리된 데 이어 직원 급여 46억 원이 체불되고 대표는 호화 생활 중이라는 SBS의 보도가 나오며 구설에 올랐다.
매장 직원에게 서울 내에서 오렌지팩토리의 매장이 줄폐업 중이냐고 묻자 "판매 실적이 안 좋아 폐업을 준비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직원은 "이곳은 계속 정상 운영될 것"이라며 "전상용 대표도 더러 이 매장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경기 용인 소재 본사와 나란히 소개될 만큼 주요 매장인 구의점은 퇴근 시간대가 가까워진 오후에도 한산했다. 캐주얼 의류 및 여성복 등을 판매하는 1층에는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손님 4~5명이 있었다. 신사복을 판매하는 2층 매장에는 한 중년의 남성 손님만 제품을 보고 있었다.
◆직원 임금체불, 대표는 호화생활…소비자마저 나몰라라?
이날 찾은 매장에는 오렌지팩토리의 자체 브랜드 상품들이 가득했다. 오렌지팩토리는 트래드클럽 등 20여 개의 자체 브랜드와 함께 밀레, 이젠벅 등 브랜드 제품을 유통 중이다. 이 가운데 자체 브랜드 의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의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인 결과 해당 제품들의 상품택에 표기된 소비자고객센터의 번호는 오렌지팩토리 고객센터 번호와 같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이용 정지된 번호'라는 안내만 돌아온다.
오렌지팩토리 홈페이지 내 기재된 디자인센터의 번호 또한 같은 번호다. 소비자들이 전화로 편리하게 상품에 대한 안내를 받거나 문의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하는 셈이다.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채권단을 위한 안내처 또한 15일 오후부터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오렌지팩토리를 운영하는 우진패션비즈는 지난 3월 23일자로 최종적으로 당좌거래정지 처분을 받아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14일 SBS의 보도에 따르면 전상용 대표는 선착장이 딸린 별장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 중이다. 임금을 받지 못해 일부 직원은 생활고까지 겪는다는 읍소가 나오는 가운데 전 대표의 소식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오렌지팩토리가 임금 체불을 하고 있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과거 오렌지팩토리의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전 직원은 "오렌지팩토리의 임금 체불은 사실이며 아직도 받지 못했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다른 일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제품을 납품한 협력업체 중 대금 지급을 받지 못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안팎에서는 임금 체불로 출국 금지당한 전상용 대표가 당분간 별장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오렌지팩토리 직원은 "전 대표가 현재도 별장에 있을 것"이라며 "전 대표의 친형은 여주에 있는 오렌지팩토리 물류센터에 출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대표의 친형이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진 여주 소재 물류센터는 전 대표와 이혼한 전 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위장 이혼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전상용 대표는 이른바 '땡처리' 판매 방식을 통해 회사를 키워온 것으로 유명하다. 땡처리는 의류 재고를 현금으로 싸게 사서 떨이로 되파는 것을 말한다. IMF 외환 위기 시절 땡처리 시장이 주목 받을 때 창고형 할인매장을 내세워 성공 신화를 썼다. 지난 2016년 폐업한 스베누의 재고 전량 또한 오렌지팩토리에서 떨이 판매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