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변화' 택한 네이버…"뉴스 편집 손 떼겠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뉴스 및 댓글 서비스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 "일단 비우고 다시 시작…여러 의견 듣는 중"

[더팩트ㅣ역삼동=이성락 기자] 네이버가 변화를 시도한다. '드루킹 사건' 이후 불이 붙은 뉴스 편집 및 댓글 조작 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함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큰 틀은 짜였다. 네이버는 '뉴스 편집권'을 내려놓고 '아웃링크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9일 오전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뉴스 및 댓글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네이버 첫 화면 최상단에 배열된 기사에 3000만명의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 속에 있다"며 "네이버가 뉴스를 편집하고 첫 화면에 뉴스가 집중 배치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 없이 기술적인 개선 방안만으로 댓글을 개선한다면,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네이버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난달 25일 ▲기사당 1개 아이디로 작성할 수 있는 댓글 3개로 제한 ▲댓글 작성 후 60초 내 다른 댓글 작성 제한 ▲24시간 내 누를 수 있는 공감 클릭수 50개 제한 ▲공감·비공감 클릭 후 10초 내 다른 공감·비공감 클릭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1차 개선안을 제시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한 대표는 가장 먼저 "오는 3분기부터 더 이상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기존에는 네이버 편집자가 뉴스를 편집하고 기사를 배열해왔다. 한 대표는 "언론사가 직접 뉴스를 편집하고 해당 광고 이익과 독자 데이터를 모두 언론사에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네이버는 공간과 기술만 지원하는 역할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또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 서비스를 완전히 없앤다는 방침이다. 과도한 집중 현상 등으로 지적을 받았던 실시간급상승검색어도 첫 화면에서 제외한다. 이는 '검색 중심'의 재편을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을 꾸릴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한 대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는) 일단 비우고 난 뒤에 생각을 해야 될 것 같았다. 어떤 서비스가 첫 화면에 제시되어야 할 것인지 여러 의견을 듣는 중"이라며 "첫 화면은 네이버의 브랜드이자 기업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네이버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시간급상승검색어에 대해서는 "사용자들이 선택해 별도의 공간으로 들어가 확인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뉴스 서비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몇몇 기사에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뉴스 소비 동선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날 제시한 방안은 '뉴스판(가칭)'이다. 네이버는 언론사가 직접 주요 뉴스를 선정해 편집하는 '뉴스판'을 신설해 발생하는 광고 이익 전액을 언론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사용자는 첫 화면에서 손가락을 통해 페이지를 넘기면 '뉴스판'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PC 뉴스스탠드와 같이 구독 버튼을 누른 언론사의 채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한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많은 사용자가 뉴스 채널을 설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노출 설정을 무작위로 할지, 아니면 설정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가야 할지 등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지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 /남용희 기자

네이버는 사용자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스피드판(가칭)'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 공간은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추천 기술인 '에어스(AiRS)'로 운영된다. 네이버는 이달 안에 AI 헤드라인 추천과 개인 추천 관련 사용자 대상 테스트를 진행해 AI 추천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날 네이버는 뉴스를 클릭하면 네이버 페이지가 아닌 해당 기사의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대표는 "아웃링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일괄적인 아웃링크 도입은 어렵지만, 원하는 언론사들이 있으면 개별 협의해 추진하겠다"며 "전재료(기사 제공 대가)는 없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페이지에서 뉴스를 보는 현행 '인링크' 방식을 원하는 언론사는 남아도 된다. 네이버는 지난 2일 70개 제휴 언론사를 대상으로 아웃링크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약 70%의 언론사가 회신을 보냈고, 단 1개 언론사만 아웃링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아웃링크를 원하는 언론사를 위해 아웃링크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아웃링크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아니다. 큰 틀만 제시한 것"이라며 "일단 아웃링크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선정적 광고, 낚시성 기사, 연결 속도 저하, 악성코드 감염 등으로 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사용자 보호를 위한 글로벌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댓글 어뷰징 방지를 위한 댓글 정책과 시스템 개편에 대한 추가 방안도 내놓았다. 뉴스 댓글 영역은 기본적으로 해당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와 독자들 간의 소통 창구인 점을 고려해 언론사가 댓글 허용 여부나 정렬 방식 등의 정책을 결정하도록 했다. 네이버는 계정(ID) 사용에 대한 이상 패턴을 더욱 면밀하게 감지해 이상 징후에 대한 계정 보호조치 등도 취할 예정이다. 또 매크로 공격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한다.

이외에도 네이버는 ▲소셜 계정의 댓글 작성 제한 ▲동일 전화번호로 가입한 계정을 통합한 댓글 제한 ▲반복성 댓글 제한 ▲비행기 모드를 통한 IP 변경 방식에 대한 통신사 협조 요청 등을 통해 댓글 어뷰징 시도에 대응해나갈 예정이다.

한 대표는 "네이버의 이런 변화가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 가늠하기 어렵다. 매출에도 단기적으론 타격일 수 있겠다"며 "하지만 지금의 구조를 유지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다. 사용자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라는 점에서 어려움도 예상되지만, 사용자들이 원하는 구조를 잘 찾아내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이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6.13 지방선거 기간까지 정치·선거 기사 댓글을 최신순으로만 정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정치·선거 기사 댓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댓글은 최신순으로만 정렬하고, 사용자가 댓글 영역을 클릭했을 때만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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