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까지 해외수주 12건 중 중동은 1건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대형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동남아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다. 해외수주 텃밭이었던 중동에서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시선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중동 국가의 발주규모가 올해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건설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해외인프라 수주·투자지원센터(KoCC)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공사는 12건으로 이 중 1건이 중동에서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해외 수주는 13건으로 이 가운데 중동 수주는 4건(이란, 카타르)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 공사(6억8600만 달러) 수주 이후 지난달까지 중동 수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반면 인도,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서 중동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발주 시장 자체가 위축됐다. 산유국의 경제는 원유 등 에너지 자원의 생산과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유가 하락 시 충격을 받는 구조를 보인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유가는 60달러 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셰일 자원량이 증가하고 친환경차 사용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한다면 배럴당 50달러~70달러의 유가가 2040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저유가 시대에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중동 국가의 재정여력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이 저유가 시기의 적응기를 겪으면서 경제 개혁을 추진해나갔는데, 이에 대한 성과가 경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으로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저유가 장기화 대책으로 경제 다각화 정책을 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16년 석유 의존도를 낮춘다는 내용을 담은 '사우디 비전 2030'이라는 장기 계획을 내놨다. 또 아랍에미리트는 두바이를 지식기반 및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두바이 산업전략 2030'을 발표했다.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하는 걸프협력이사회(GCC : 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들은 사업 다각화뿐 만 아니라 세금을 통한 재정 수입원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동지역 경제지 MEED에 따르면 GCC 국가의 발주 규모가 지난 3년의 감소세를 마치고 올해부터 회복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프로젝트 체결 규모가 작년 254억 달러에서 올해 350억 달러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예상되는 주요 프로젝트는 젯다 사우스 발전소 확장(15억 달러), 걸프 연안 킹 살만 조선 단지 3개 패키지(30억 달러), 마덴의 라스 알-카리으 암모니아 플랜트(10억 달러), 라빅IWP(9억 달러) 등이다. MEED는 현재 중동 건설시장 내 상업입찰 과정에 있는 프로젝트 규모만 770억 달러에 달하고, 1090억 달러의 프로젝트가 입찰 후 계약을 기다리는 것으로 파악했다.
송 연구원은 "과거 수익성 악화와 지속적인 적자 출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외 수주는 중요한데, 이는 해외매출이 전체 건설 사 매출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건설사의 먹거리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라며 "최근 정부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 주택시장에서의 성장이 제한적인 만큼 앞으로 건설사의 성장 여부는 해외 건설부문의 성과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사업이 건설사들의 실적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되면서 주택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수익성이 좋은 해외 시장의 수주물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