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취임 1년] 주요 공약 통신비 인하, 현주소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통신비 인하 정책의 성과는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여러 방안은 현재까지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더팩트DB

통신비 인하 정책, 제한적 성과…앞으로가 더 중요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가계통신비 인하다. 통신비 인하는 민생과 직결된 현안인 만큼 공약 이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지금은 어떨까. 가야 할 길이 멀다. 시민 단체와 이동통신사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해 사회적 논의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도 많이 남아있다. 고객 입장에서 볼 때는 선택약정 할인율이 상향된 것이 가장 큰 긍정적인 변화다.

◆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성과…가입자 계속 늘어날 듯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정책 중 핵심은 단연 기본료 폐지였다. 후보 시절 "기본료를 폐지해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사회 취약 계층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 역시 즉각 기본료 폐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팔을 강제로 비틀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기본료 폐지는 국정기획위가 지난해 6월 발표한 통신비 절감 대책에 포함되지 못했다. 논란이 커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중장기 과제로 돌린 것이다. 이를 놓고 시민단체는 "명백한 공약 후퇴"라고 비판했다. 정부로서는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게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이다. 국정기획위는 "할인율을 올리는 것이 통신 수요자에게 더 큰 후생 증대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 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 조정됐다.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사의 반발이 있었지만, 정부는 강하게 밀어붙였다. 고객은 정부의 결정에 행동으로 답했다. 대부분의 최신 단말기 구매 고객이 선택약정 할인으로 눈을 돌렸다. 선택약정 할인 가입자는 지난 3월 기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안에 20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선택약정 할인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이동통신사는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선택약정 할인은 이동통신사가 온전히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실제로 이동통신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줄줄이 하락했다. 특히 눈에 띄게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곳이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실적 부진의 이유에 대해 "선택약정 할인율을 상향하고 취약 계층 요금 감면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선택약정 할인율이 기존 20%에서 25%로 상향되면서 선택약정 할인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의 개통을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 /임세준 기자

◆ 추가로 인하될까…5G 상용화 앞두고 울상인 이동통신사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을 통해 단맛을 본 고객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주요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도 발을 맞추고 있다. 물론 여러 방안에 대한 전격적인 도입은 의지에 달려있다. 시민단체는 정부에 의지 표명을 촉구하면서 지속적으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 원대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음성통화 200분 이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존 3만 원대 통신 서비스를 SK텔레콤에 2만 원대에 의무적으로 출시하게 하는 조처다. 정부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런 요금제를 출시하면 KT와 LG유플러스도 따라오게 돼 통신비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오는 11일 보편요금제 심사를 진행한다.

통신비 원가 자료가 공개되면 통신비 인하 바람이 또 한 번 거세게 불 전망이다. 앞서 대법원은 참여연대가 요구한 이동통신사의 2G·3G 통신비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참여연대는 2G·3G에 이어 대다수가 이용 중인 LTE(4G) 요금에 대한 원가 자료 공개도 요구할 계획이다. 요금과 관련된 자료를 검토해 이동통신사의 요금 측정 과정 등이 적정한가 따져본 뒤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를 요구할 예정이다.

문제는 남은 과정에 갈등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규제가 과도하다는 이동통신사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첨예하다. 그렇다고 올해부터 자발적인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에 통신비 인하를 강요할 수도 없다. 내년 3월 5G 상용화를 앞두고 정부가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재자로서 정부의 역할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 할인 가입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요금 인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이동통신사의 수익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며 "현재 5G 상용화를 앞두고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는 이동통신사는 고민이 깊다. 공약 이행도 중요하겠지만,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국가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기와 수위를 조절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rock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