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제 3 인터넷뱅크 검토…금리 경쟁 될까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금융당국이 새로운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판도를 뒤흔들어 좋은 변화를 이끄는 '메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인터넷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인 데다 출범 초기부터 기대를 모았던 '중금리 대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 TF 마무리 회의를 열고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메기 효과'를 일으키면서 금융권 전반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인터넷뱅크인 카카오뱅크는 은행권에 '비대면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사용이 편리해 출범 하루 만에 고객들을 끌어모으자 은행권은 줄줄이 '비대면 영업 강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당초 기대하던 '가격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인터넷 전문은행은 저렴한 대출 금리로 시중은행들의 금리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3월 기준 3.81%로 나타나 시중은행과 비슷한 모습이다. 거기에 마이너스 통장은 평균 대출금리 연 3.25%였는데, 지난 2월 연 4.21%로 1%포인트 가까이 인상했다.
금리에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중·저 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금리 대출'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중금리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지만 상환능력이 좋은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자에 대한 분석이 충분하지 않아 금융사들은 위험성을 이유로 대출 취급을 활발하게 하고 있지 않다. 이에 항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했지만 지난달 카카오뱅크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시중 은행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았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대 주요 시중 은행은 모두 6% 이상의 중금리를 적용한 대출 비중이 전체의 1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카카오뱅크는 1%대에 그쳤다.
은행이 안전성을 고려해 신용등급이 높은 차주에게만 대출을 집행하려는 경향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기존 은행권과 제2금융권 사이의 틈을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탓에 실망도 커진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에게는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신용도를 평가해 현재 꾸준하게 이용객이 늘고 있다"며 "보증보험을 낀 대출은 은행연합회 공시 대상이 아닌 탓에 집계가 되지 않은 것뿐"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시중 은행과 금리 경쟁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만큼, 금융당국이 제3의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메기 효과'를 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은산분리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자본을 확충하는 데 무리가 있고, 이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인터넷 뱅크로 '메기 효과'를 노리려면 현재 운영하는 은행들에 대한 규제 완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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