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책 이어 문구까지…서울문고 '뻔뻔한' 대금 지연 언제까지

서점 브랜드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가 출판사는 물론 문구류 사업자들에게도 대금 지급을 지연한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고은결 기자

출판사 이어 문구업체에도 대금 지연...문화산업 생태계 파괴 우려

[더팩트|고은결 기자] 서울문고의 출판사 대금 지급 지연 논란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문구업계도 서울문고를 성토하고 나섰다.

<더팩트>의 지난달 30일 보도('서울문고 대금 늑장 지급에 협력 출판사 뿔났다, 왜?')에서 알려진 대금 지급 지연 논란이 출판사만의 사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도가 나간 이후 문구업계도 서울문고의' 깜깜이 대금 지연'이 오랜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구업계는 출판계와 달리 서울문고 측과 직접 소통하는 단체가 없어 소상공인들의 속앓이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 소규모 수제 문구류 사업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지난달 30일 <더팩트>에 "올해 1월부터 세 달 넘게 서울문고에 대금을 지급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서울문고가 2월부터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한다"고 제보했다. A씨는 이어 "서울문고 측은 전화를 받기는 커녕 이메일을 보내도 회신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한 담당 부서의 직접 답변을 받기 위해 서울문고 재무팀에 수 차례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 문구업계까지 번진 '서울문고 대금 악덕 체불 어쩌나

A씨에 따르면 서울문고는 지난해 대금 지급을 무려 '반 년' 간 미룬 전적이 있다. 서울문고의 대금 체불 논란과 관련, 출판업계에서는 한국출판인회의와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단체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문구업계는 대표성을 갖고 대형서점 측과 소통하는 단체가 없다. 이에 따라 결집이 쉽지 않고 다품종 소액상품을 취급하는 문구산업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문고의 대금 체불 논란이 문구업계로 번진 가운데, 앞선 출판업계 내 대금 지급 지연 논란도 뾰족한 해결책 없이 표류하는 모양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더팩트>에 "서울문고 측이 이번 주 안에 대금 결제 지연 사유를 담은 공문을 내보내겠다고 밝혔다"면서 "정확한 날짜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로드맵을 제시하는 수준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서울문고 측은 영풍문고와의 협의를 통해 이날 대금 지급 지연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출판단체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지 또한 지연된 셈이다.

향후 출판단체 측에 관련 정보가 전달돼도 서울문고 측 공지가 개별 출판사까지 전달될 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적지 않은 출판사들은 서울문고 측과의 '다이렉트 소통'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형 출판사 관계자는 이날 "몇 달 간 회신을 받지 못하고 포기 상태에 가깝게 기다려온 이들에게 서울문고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업체가 서울문고 거래처만 접속해서 확인 가능한 SCM에 접속해 갈무리한 화면 상에는 4월 30일에도 '지급 내역이 없다'는 문구만 떠있었다.

한 소형 출판사 관계자는 서울문고 측 대금 지급 지연이 몇달 째 계속되고 있는데 서점 측은 관련 공지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문고 거래처가 접속할 수 있는 SCM 화면. 화면에는 지불내역이 없습니다는 문구가 있다. /독자 제공

◆서울문고 논란 속 'YP 얼라이언스' 휘청이나

출판업계는 물론 문구업계에서 소규모 사업자들이 느끼는 소통의 벽은 '철옹성'과 같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풍 측에서 돈이 유입돼 정산될 것이라고 하더니 한 달 두 달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문고 측은 이같은 '불통'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서울문고 측은 문구업체와 관련된 대금 지급 지연에 대해 각 업체들과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출판업계는 대표 단체가 있어 해당 단체들과 소통 중이지만 문구 쪽은 직접 소통하는 대표 단체가 없다"면서 "개별적으로 회사에 찾아오거나 문의를 드리는 문구 사업자들에게 전사적으로 응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재무팀 측의 응대가 쉽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영업부를 통해 재무팀에 질의 후 다시 답변하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사실상 문구업체 소상공인들이 서울문고 재무팀으로부터 즉답을 받기 어려운 실정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출판단체 측에 표명할 입장문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앞선 관계자는 "영풍 측과 기업결합을 한 지 얼마 안된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영풍문고와의 기업결합 이전에도 대금 지급과 관련한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유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일련의 논란 속에서 업계는 서울문고와 공동경영에 나선 영풍문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영일 영풍문고 대표가 서울문고의 공동대표도 겸하며 얼굴마담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최영일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YP얼라이언스'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서울문고가 자본력이 탄탄한 영풍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가운데 이같은 대금 지급 지연이 계속 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문고가 회생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영풍 계열사가 됐기 때문 아니냐"면서 "이른바 'YP얼라이언스'가 의미를 담기 위해서는 영풍문고가 서울문고 측의 대금 체불 관행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출판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서점의 대금 지급 지연은 전체 문화산업 생태계를 좀먹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재홍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대형서점의 '대금 지급 미루기' 관행은 순수한 열의가 원동력인 문화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고의적 지연 등으로 업계의 뒤흔드는 나쁜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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