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김정은 위원장의 벤츠 사랑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이 숱한 이슈를 낳고 있다. 그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에서 판문점까지 타고 온 메르세데스-벤츠 의전차가 단연 눈길을 끈다.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줄곧 벤츠를 이용했고 아들 김 위원장의 공식행사 때마다 벤츠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부자의 '벤츠 사랑'이 엿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27일 오전 남북 정상회담 오전 일정을 마치고 메르세데스-벤츠를 타고 북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이 탄 차량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 부근으로 이동하자 12명의 경호원이 차량을 에워싸고 수 백 미터를 뛰어갔다.
이 차의 사이드 도어에는 고급스러운 금장 문양이 박혀 있다. 이 문양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징하는 것으로 지난 2월 15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김 위원장의 친서에도 새겨져 있다. 김 위원장의 벤츠에 번호판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번호판은 없지만 금장 문양을 통해 누가 타는 차인지 알 수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때도 이 차를 이용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어려서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줄곧 벤츠를 탔던 것이 김 위원장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탄 이 차량은 지난 2015년 독일에서 구입한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로 알려져 있다. 풀만은 리무진을 의미하며 가드는 방탄차를 뜻한다.
이 차는 화염방사기에도 타지 않도록 특수 방화처리가 돼 있고 가스 공격에 대비한 산소 공급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총격에 견딜 수 있는 강판을 사용하고 있고 연료탱크도 탄환에 뚫리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 차의 가격은 약 10억 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반에 판매 중인 'S600 풀만'이 6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도 벤츠 차량을 의전차로 이용했다. 문 대통령의 의전차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S600 가드' 역시 방탄뿐만 아니라 첨단 경호장비가 갖춰있다. 세부적인 기능은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벤츠 외에도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EQ900 5.0 GDi 리무진도 의전차로 이용하고 있다. EQ900에는 방탄 기능 등 국가 원수에 준하는 첨단 경호 장비가 추가 장착돼 값이 5억9950만 원에 이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현대차 에쿠스 리무진 시큐리티를 타기도 했다.
◆ 각국 지도자의 의전차
대부분의 국가 지도자는 자국 완성차 브랜드의 차량을 의전차로 이용한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완성차 브랜드 제너럴모터스(GM)가 만든 '캐딜락 프레지덴셜 리무진'을 이용했다. 클래식한 외관과 다르게 철저한 방어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며, 의료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제일자동차그룹의 고급차 '훙치(紅旗) L5'를 이용한다. '붉은 깃발'을 의미하는 훙치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키워온 토종 최고급 세단이다.
자동차 산업 강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자국 완성차 브랜드인 아우디의 A8L 시큐리티를 탄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영국을 대표하는 명차 브랜드 재규어를 의전차로 사용했다. 아베 일본 총리의 공식 의전차는 도요타의 센추리와 렉서스의 LS600hL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는 독일차다. 북한의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지 못해 의전차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차를 생산하는 제조사는 평화자동차, 승리자동차, 평양자동차, 청진상용차, 김정태기관차 등 총 5곳이다. 대부분 군용차나 화물차를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승용차는 중국에서 수입해 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