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차바이오텍 신화'...'오너 사위 리스크' 등 3대 악재에 휘청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차바이오텍이 최근 코스닥 관리종목에 지정된 데 이어 금융당국의 테마감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 판교로 차바이오컴플렉스 전경. /고은결 기자

코스닥 관리종목 지정 쇼크 등 트리플 악재…주주 달래기에 '진땀'

[더팩트|고은결 기자]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차바이오텍이 코스닥 '관리종목' 지정-'오너 사위' 리스크-차병원 의료사고로 이어지는 트리플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960년 '차산부인과 의원'으로 시작해 병원은 물론 의료서비스, 의료 교육, 바이오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힌 '차병원 신화'가 빛바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차바이오텍이 악재에 직면하면서 전체 바이오업계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연구개발(R&D) 비용 논란으로 금융당국이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테마감리를 실시한 데 이어 '바이오주(株) 거품론'까지 일고 있기 때문이다.

◆ '아 옛날이여~'...잘나가던 테마주의 코스닥 '관리종목' 쇼크

2001년 문을 연 차바이오텍은 차병원그룹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서있는 핵심 계열사다. 차바이오텍은 그룹의 제약사와 해외병원 등 영리사업법인을 거느리며 사실상 지주사 노릇을 하고 있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이 직접 챙긴 줄기세포 사업은 그룹의 미래 동력이자 자존심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배아줄기세포의 연구 허용 범위를 넓히기로 하면서 차바이오텍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차바이오텍 주가는 지난해 정부의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급등세를 보였다. 앞서 정부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 허용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30일 '제2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를 열고 '신산업 규제혁파와 규제샌드박스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인간 수정란에서 질병 유전자를 교정하는 연구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 치료 연구가 바이오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에 '줄기세포 테마주' 차바이오텍 주가는 날개를 달고 한때 4만 원을 넘어섰다. 실제로 차바이오텍 주가는 올해 1월 4만28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제 먼 옛날 얘기가 됐다.

25일 차바이오텍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조직통폐합에 나서고 임원진 급여를 30% 자진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는 코스닥 관리 종목 지정 등 각종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차바이오텍은 지난 2월 22일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2017회계연도 감사의견 '한정'이 기재됐고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제약바이오업종을 이끌 줄기세포 테마주가 휘청인 데 따른 업계 충격도 적지 않다.

차바이오텍은 관리종목 지정 이후 주가가 2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앞서 차바이오텍은 자체 결산에서 지난해 5억3000만 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고 했다. 그러나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R&D비용 회계처리에 대한 강화된 감사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8억8000만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고 판단했다. 이에 차바이오텍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회사 측은 관리종목 지정 날벼락에 불안감이 커진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부랴부랴 수익성 개선안을 내놨다. 차바이오텍은 임원에 제공하기로 한 스톡옵션을 부결하고 향후 기초 연구개발(R&D) 부문 분리와 계열사 수익 사업을 가져오겠다는 개선안을 선보였다. 이영욱 차바이오텍 대표는 "올해 30억~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겠다"고 수치를 언급해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차바이오텍을 비롯한 제약·바이오업종 10개사의 테마감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차바이오텍의 관리종목 지정으로 바이오 업계의 회계논란이 촉발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차바이오텍 홈페이지 갈무리

수익성 개선을 위해 차바이오텍은 지난 2일 주주가치 극대화를 내걸고 214억 원어치의 자사주(109만주)를 전량 소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과 기초연구 부문 등 저수익 사업 부문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차바이오랩은 생명공학기술 관련 상품개발과 판매, 의약품 제조 및 도·소매업 등을 맡게 된다. 이를 통해 세포치료제 개발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오너사위 리스크'에 차병원 의료사고까지…투자자 속앓이 이어져

그러나 자구책 이행 노력과 별개로 '차바이오텍 쇼크'가 업계에 가져온 충격은 적지 않다. 우선 차바이오텍의 R&D 비용 처리 논란이 확산되며 금융감독이 바이오업계를 대상으로 '테마감리'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경우 차바이오텍을 비롯한 10개사를 대상으로 R&D 비용의 적절한 회계 처리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이에 따른 '바이오주 거품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차바이오텍은 차병원그룹 오너 차광렬 글로벌종합연구소장 사위가 주식을 전량 처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너 사위 리스크'에 빠지기도 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차 소장 사위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보유 중이던 차바이오텍 주식을 전량 처분해 논란이 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차바이오텍이 4년 연속 영업손실 내용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던 시기와 맞물려 김 부사장이 내부 정부를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금융노조는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감리를 예고한 만큼 차바이오텍 부실을 특수관계인 김남호 부사장이 몰랐을 리 없다"며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하는 행위는 폭력으로 돈을 갈취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은 김 부사장의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섰다.

이같은 오너 일가 리스크에 몸살을 앓은 차바이오텍은 차 연구소장이 직접 차바이오텍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1년 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차바이오텍은 지난 5일 최대주주 차 연구소장이 보유한 55억 원 규모의 CB를 차바이오텍 주식 45만3720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차 연구소장은 전환 주식 전량을 1년 간 보호예수하기로 했다. 업계는 차바이오텍이 이를 통해 오너가(家)의 주식 매매 논란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차병원에서 발생한 배우 한예슬 의료사고가 논란이 되며 차바이오텍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차바이오텍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만큼 악재에 따른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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