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유통社 약 4조원대 건강기능식품 시장놓고 대격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며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3조8155억 원을 기록했다. 건기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제약사는 물론 식품회사 등도 앞다퉈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불붙고 있다. /픽사베이

국내 건기식 시장 5년새 연평균 25% 증가

[더팩트|고은결 기자] '4조 원대 건강기능식품 시장 잡아라'

3조8000억 원대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을 놓고 제약사와 유통업체가 불붙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건기식은 웰빙 라이프를 지향하는 현대인들이 늘면서 최근 인기가 높다.

또한 건기식은 전문의약품과 달리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으며 약국은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이 다양해 접근성이 좋다. 최근에는 명절이나 가정의 달인 5월에 부담 없는 선물로 많이 팔리는 품목이다.

더욱이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선 이들 업체들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 KGC, 시장 4분의 1 차지...쎌바이오텍-종근당 등 도전장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12년 1조7039억 원에서 2017년 3조8155억 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5% 증가했다.

홍삼·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 제품으로 알려진 건기식은 식약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은 식품으로 제품 포장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문구나 인증마크가 있다. 식약처로부터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지 않은 건강보조식품과는 다르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발간한 '2016 건강기능식품 국내 시장 규모 동향 분석'에 따르면 최대 매출을 기록한 품목은 홍삼(9900억 원·52.4%), 프로바이오틱스(1903억 원·10.1%), 비타민 및 무기질(1843억 원·9.7%) 순으로 집계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삼공사(KGC) 부여공장이 2016년 매출액 4883억 원(2016년 총 매출액 2조1260억 원 중 23.0%)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제약사 중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전문기업인 쎌바이오텍(553억 원), 종근당건강(425억 원), 일동바이오사이언스(169억 원) 등이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건기식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가운데 주요 제약사들은 건기식 전문 브랜드나 전문 라인업을 운영 중이다. 동국제약은 프리미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네이처스비타민'을 통해 다양한 이너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동제약은 종합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마이니'를 통해 간·장·눈 건강 등 테마를 갖춘 9종의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했다.

광동제약은 건강기능식품 '광동초이스'를, 종근당홀딩스는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종근당건강을 통해 각각 관련 사업을 전개 중이다.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은 최근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중국에서 개최한 '건강영양박람회'에서 단독 부스를 내는 등 건기식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한양행도 최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뉴오리진'을 런칭했다.

주요 유통기업들이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리온은 미국 건기식 업체와 독점 계약을 체결했으며 동원F&B와 LG생활건강은 새로운 건기식 브랜드를 통해 건기식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각사 제공

유통가에서도 건기식 시장 진출은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오리온은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로 꼽힌다. 오리온은 지난해 8월 미국 건기식 전문기업 로빈슨파마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NS홈쇼핑과 건기식 판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롯데마트는 친환경 PB브랜드 '해빗'에서 비타민, 칼슘 등 소포장 건기식 14종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은 올해초 건기식 브랜드 '생활정원'을 출시하고 화장품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동원F&B는 지난해 어린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키누'를 론칭하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건기식과 '이너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져 유통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졌다"고 진단했다.

◆ 건기식 진출에 제약사 '외도'·식품회사 '전문성' 논란

업체들의 잇따른 건기식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반 유통업체가 건기식 시장에 진출하면 식품보다 허가가 까다로운 건기식을 쉽게 보고 특별한 노하우 없이 도전해 자칫 실패를 맛 볼 수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건기식 전문 업체나 제약사에 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허위·과대 광고로 적발되는 일부 식품제조업체 행태가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의 건기식 진출에는 '전문성'이 최우선 과제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반면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보다 훨씬 진입장벽이 낮은 건기식 시장에 골몰하며 정작 본업인 의약품 연구개발(R&D)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건기식은 신약에 비해 개발 기간이 짧고 투자비용이 적어 제약사 입장에서 손쉬운 매출 증대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한 삶과 직결된 제약산업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제약사가 건기식 및 식품 등 손쉬운 영역에만 골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업계는 의약품이 아닌 다른 사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 신약 R&D의 재원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건기식 분야에서 선전하더라도 본업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사업 다각화를 통해 마련한 자본으로 신약 개발에 탄력을 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ke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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