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막판 재협상도 난항…23일까지 합의안 도출 못 하면 법정관리 돌입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한국지엠(GM)이 23일 오후 5시로 연장된 '데드라인'을 앞두고 주말동안 이어진 막판 재협상에서도 난항을 겪으며 끝내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데드라인이던 지난 20일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합의에 실패했다. 법정관리 위기 속에서 경영 정상화의 핵심 조건인 노사 임단협 타결의 최종 기한을 사흘 연장하고 주말 내내 재협상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대타협을 통한 극적인 기사회생과 파국인 법정관리의 갈림길에 선 한국지엠의 운명을 결정하는 23일 노사 임단협 교섭에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주말에도 임단협 교섭 등 자구안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노사는 군산공장 직원 고용 및 복리후생 비용 축소 문제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문을 닫는 군산공장 직원 680명에 대한 고용보장 및 신차배정 문제다. 노조는 신차배정을 통해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부평·창원공장의 생산 물량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비용절감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노조가 먼저 자구안에 합의해야 해당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21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열린 제13차 임단협 교섭은 사측 요구안에 대해 노조가 크게 반발하면서 일부 노조원이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에게 의자를 던지려고 하는 등 소란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교섭이 재개 25분 만에 중단됐다.
'운명의 날'을 하루 앞둔 22일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계획했던 제14차 임단협 교섭은 노사 양측의 눈치싸움으로 열리지도 못했다.
한국지엠의 법정관리 신청이 임박하자 정부도 데드라인 직전까지 노사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압박하고 나섰다. 산업은행과 정부는 한국지엠에 대한 자금지원 이전에 노사 임단협 타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지엠 노사 협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혀 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1일 교섭이 중단되자 인천 부평공장을 찾아 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등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지엠 건은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5만 명의 일자리가 걸린 사안"이라며 "노사 간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노사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지분 17%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산은이 한국지엠 중간 실사 결과 기업 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이 예정대로 경영 정상화 계획을 실행하면 오는 2020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신차배정 등 GM 본사의 한국지엠 지원 계획을 비롯해 모든 조건의 선결과제인 자구안 합의가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조건부' 결론이다. 노사 임단협 타결이 한국지엠 사태를 푸는 핵심 열쇠인 셈이다.
한국지엠은 법정관리 데드라인인 이날까지 노사 자구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후 8시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인해 1만2000여명이 실직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근로자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이 생계 위기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