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동시간' 논쟁…점심시간 보장·주4일 현실화 가능할까

은행권 노조가 점심시간 보장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한 가운데 이를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임세준 기자

금융 노조, 점심시간 업무 중단·근로시간 단축 요구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은행권 노동조합이 점심시간 1시간 창구업무 중단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노조는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의 편의성 저해와 임금 문제 등의 문제가 만만치 않다.

금융권 노사는 다음 달 10일 차기 대표단 교섭을 열고 산별교섭을 진행한다. 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12일 1차 산별 중앙교섭을 개최한 바 있다.

금융노조는 ▲사회공헌 ▲양극화 해소 ▲정년연장 및 근로시간 단축 ▲관치금융 철폐 ▲노동이사 선임 등 경영참여 ▲과당경쟁 해소 및 고용안정 ▲양성평등 및 모성보호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원 점심시간, 노동권 보장vs고객 불편

세부 요구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점심시간 1시간 보장'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 점심시간 등 휴식시간이 따로 보장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8시간 근무 시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이 주어지는데, 은행은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창구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려 있어 은행원들의 근무 시간이 길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보통 은행원들은 오전 8시쯤 출근해 업무를 준비하고, 문을 닫은 후에도 시재 점검 등 마무리 업무를 하다 보면 오후 7~8시에 퇴근을 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한 행원은 "점심시간에도 고객들을 응대해야 하다 보니 밥을 20~30분 만에 급하게 먹기 일쑤"라며 "시간이 늦어지면 교대가 늦어지는 데다 점심시간에 사람이 몰려 점심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는 만큼 고객들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나 은행의 점포 축소가 이어지고 있어 편의성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점심시간에 소비자들이 몰려 업무 처리가 늦는 편인데, 아예 업무를 볼 수 없게 되면 상당히 불편해질 것"이라며 "인력을 늘리는 등 대체 방안을 찾아 은행원들의 점심시간도 보장해주고,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자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12일 1차 산별 중앙교섭을 개최했다. /금융노조 제공

◆근로시간 단축 요구, '주4일 근무'로 이어지나

'주4일 근무제'가 추진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노조의 요구안에는 기준 근로시간을 '1주 40시간, 5일 근무'로 규정돼 있던 것을 '1주 40시간 이하, 5일 이하 근무'로 바꾸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주4일 근무제'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하'를 넣어 단계적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해 나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에서다. 실제 금융노조는 지난달 말 간부 워크숍에서 '주4일 근무제'에 대한 외부 연구용역 결과를 공유한 바 있다.

우선 주 4일 근무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성과 고용 창출 등에 주목한다. 4일간 집중적으로 근무해 업무의 질을 높이고, 행원들을 더 뽑아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점심시간 1시간 보장보다 현실화되기 더욱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5일제에서 주4일제로 전환될 경우 임금삭감 등이 불가피해 은행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 5일 근무가 4일로 단축되면 단순 계산으로 20% 임금이 삭감된다. 임금 부분은 노사가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 20%까지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근무 단축으로 인해 직원을 충원할 경우 사측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 임금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도 당장 주4일 근무제보다는 '근로 시간 단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1주 40시간 이하, 5일 이하 근무'를 추진하고 있지만, 바로 주4일 근무를 추진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근무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며, 구체적인 방향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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