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접근권②] 인터넷 쇼핑 '그림의 떡'…온라인몰 장애인 문턱 높아 (영상)

대형마트 빅3 업체인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의 온라인몰 서비스가 장애인 고객 정보 제공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웹 접근성이 떨어져 장애인 고객이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팩트 DB

마트 3사, 읽을 수 없는 이미지 파일 일색…웹 접근성 낮아 장애인 고객 소외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상품을 집 앞까지 배송받을 수 있는 온라인 쇼핑 시대가 열렸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다른 세상 얘기다. 주요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이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늠자인 웹 접근성 개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국가정보화기본법은 국가기관 등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장애인·고령자 등이 쉽게 웹사이트(PC)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를 위해 웹 접근성 품질인증 제도도 운영 중이지만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전맹과 저시력자 등 시각장애인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정보격차(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더팩트>가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둔 이달 18일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곳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취재한 결과 쇼핑몰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취재진이 시각장애인용 스크린리더(화면낭독 프로그램)를 통해 대형마트 3사 온라인몰에 접속한 결과 원하는 상품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스크린리더를 통해 충분한 상품 정보를 파악할 수도 없었다. 스크린 리더는 텍스트만 읽어주고 상품 정보가 담긴 이미지 파일은 '링크' 또는 'JPEG 파일'로만 읽어주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은 PC에서는 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모바일에서는 '모바일 스크린 리더(보이스오버·TTS 등)'를 활용해 인터넷을 이용한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이미지와 텍스트가 셀 수 없이 많아 스크린 리더로 모든 정보를 읽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의 웹 접근성으로는 시각장애인들이 원하는 상품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어렵고 상품의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각장애인 A씨는 "생필품을 살 때 편리하게 마트 온라인몰을 이용하고 싶은데 스크린 리더로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며 "식품을 살 때 유통기한과 영양성분 등 기본정보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박현규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선임연구원은 "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타깃은 상품 정보 대부분을 텍스트로 제공하고 있어 스크린 리더가 상품 정보를 시각장애인에게 읽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규 연구원은 "그러나 국내 대형마트들은 가격 등 일부 정보를 제외하고 상세 정보는 이미지 파일에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정보를 받을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상품을 혼자 어렵게 찾아도 결제 과정에서 다른 사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들의 웹 접근성 미비로 시각장애인들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감수하면서 남의 손을 빌려 상품을 구매하고 있었다. 지난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전국 시각장애인 51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쇼핑 접근성과 활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40.8%가 홈쇼핑이나 모바일,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만큼 온라인 쇼핑몰의 웹 접근성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스크린 리더를 통해 대형마트 온라인몰 화면의 문자 정보를 읽으며 쇼핑한다. 그러나 국내 대형마트 3사 중 온라인몰 웹 접근성 인증을 받은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각 사 온라인몰 갈무리

시각장애인 B씨는 "요즘은 온라인몰 전용 상품도 있고 온라인몰 이용할 때 추가 할인이 적용되는 것도 많은데 시각장애인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B씨는 "가입과 결제 절차에서 보안코드 인증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타인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돼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시각장애인이어도 혼자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시스템을 갖춰놓아야 한다"며 "장애인들도 자립하고 싶은데 사회 체계가 이렇게 무조건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은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웹 접근성은 지난 2013년 4월부터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돼 선택이 아닌 법적의무 사항이다. 모든 법인이 웹 접근성 준수 의무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공공기관 등을 제외한 민간기업에는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다.

웹 접근성이 의무화되면서 웹 사이트의 시각장애인 접근성 수준을 평가하는 품질인증제도도 등장했다. 인증 획득은 현재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각 기업의 웹 접근성 준수 의지 척도로 가늠된다. 국내에서 웹 접근성 인증 마크를 심사하는 기관은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등 총 세 곳으로 URL 당 한 개 씩 인증 마크가 부여된다. 대형마트 중에서 홈플러스를 제외한 롯데마트와 이마트 두 곳이 온라인몰이 아닌 회사 소개 홈페이지 하단에 온라인몰 인증 마크를 부착하고 있었다.

박현규 연구원은 "시각장애인이나 기타 장애인이 마트 온라인몰에 어렵게 가입하더라도 해당 기업들이 상품 주문과 결제 서비스 개선에 손을 놓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각장애인 960여 명은 지난해 9월 대형마트 온라인몰 대부분이 웹 접근성이 떨어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롯데마트몰(롯데쇼핑), 이마트몰(이마트), G마켓(이베이코리아) 3곳을 상대로 장차법 위반에 따른 정보이용 차별 피해자 위자료 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롯데마트·이마트는 온라인몰이 아닌 회사 소개 페이지 등 일부 사이트에 한해 웹 접근성 인증을 받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인증을 받고 싶지만 심사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고 수많은 상품을 취급하는 유통판매업 특성상 인증을 받고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다. /각 사 온라인몰 갈무리

시각장애인들은 올해 2월 시각장애인의 온라인 쇼핑 이용에 대한 장애인 차별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집단 진정서 50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마트를 방문해 제품을 구매할 때 이동이 어렵고 혼자 물건을 구별해 구매하기 어려웠지만 온라인으로는 가능한 시대"라며 "문제는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서비스가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어 유명무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온라인 구매는 각종 혜택뿐 아니라 배달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서비스지만 이를 이용할 수 없는 차별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쇼핑 중심이 웹 사이트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국가정보화기본법이 지난해 2월 개정됐다. 이에 따라 웹 사이트와 모바일 등 정보통신 기기에도 오는 8월부터 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된다. 기존 적용 대상 범위가 '웹사이트'로만 한정돼 있던 것을 '웹사이트 등'으로 넓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판매 상품이 많고 개편 등으로 홈페이지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웹 접근성 인증 업데이트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과도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웹 및 모바일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 풍토 때문에 법으로 보장된 장애인 권리가 계속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온라인 쇼핑 이용에 대한 장애인 차별은 불법 여부를 떠나 엄연한 고객이자 소비자인 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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