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임기 2년가량을 앞두고 결국 물러났다.
권 회장은 18일 오전 8시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경영권을 넘기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이사회도 승낙했다"며 사임 의사를 알렸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와 KT 등 민영화 기업들은 정권이 전리품으로 여기고 있는 탓에 CEO들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한다. 포스코가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풍토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날 권 회장은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젊은 사람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사회도 승낙했다. 새로운 100년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게 최고경영자(CEO)의 변화"라며 연임 임기 2년 정도를 남기고 이같이 결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CEO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임기를 못 마친 사례가 있었지만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후임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약 2~3개월 정도 직위를 유지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른 시일 내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하고 후임 승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권 회장은 2016년 말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줄곧 받아왔다. 포스코는 미르와 K스포츠에 49억 원을 냈다. 당시 시민단체는 "권 회장이 연임을 목적으로 큰돈을 출연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 회장은 "회사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어쩔 수 없이 출연했다"고 해명했다.
또 그룹 계열사였던 광고회사 포레카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권 회장은 2016년 11월 포레카 매각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밤샘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권 회장을 기소하지 않았지만 정권의 '부역자'라는 꼬리표는 떼지 못했다.
권 회장은 의혹과 비판 속에서도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 2막을 열었다. 하지만 현 정부에 들어서 사임설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인도네시아, 중국 등 방문 때 경제사절단이 꾸려졌지만 권 회장은 초대받지 못했다.
권 회장이 문 대통령 해외순방에 연이어 불참하게 되자 청와대가 포스코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통해 '불신임' 신호를 보낸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권 회장이 최순실 사태에 이름이 오르내린 점이 꼽힌다.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권 회장의 첫 임기 3년 동안 포스코는 순차입금 7조1000억 원을 줄였고 부채비율을 74%로 낮췄다. 특히 포스코 별도 부채비율은 2016년 말 기준 17.4%로 창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도 상향됐다. 무디스는 2016년 포스코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Baa2'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했고 스탠다드앤푸어스는 2017년 포스코 장기 기업신용등급 'BBB+'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안정적으로 올렸다. 권 회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한편 권 회장은 1986년 포스코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포스코 기술연구소 부소장을 지냈다. 이후 유럽사무소장 상무,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기술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2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장 승진 2년 뒤인 2014년 3월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