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새 모델 '1호차 주인공' 선정에 공들이는 이유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완성차 제조사에 새 모델 출시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은 물론 경영 실적을 좌우하는 가장 큰 이벤트다.
세그먼트별로 매년 베스스셀링카 자리를 지키며 시그니처 모델로 자리매김한 모델의 경우 회사 최고 경영자가 직접 신차발표회를 찾아 홍보맨을 자처하는 이유도 신차가 맡은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다양한 마케팅 활동 가운데 회사에서 공을 들이는 것 가운데 하나는 '1호차 전달식'이다. 성별, 나이, 직업군 등 회사에서 지향하는 타깃 고객층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예비 소비자들에게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는 지난 12일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브랜드 체험관 '비트 360'에서 자사 플래그십 세단 '더 K9'의 1호차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 등 다수의 회사 임직원이 참석했다.
이날 더 K9 1호차 주인공으로는 유현준(50)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겸 유현준건축사무소 대표)가 낙점됐다. 1호차 선정 배경과 관련해 기아차 관계자는 "유 교수는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이자 젊은 사람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롤 모델로 더 K9의 목표 수요층을 대표한다"며 "자동차를 '바깥 풍경과 만나는 프레임'으로 보는 그의 시각은 새 모델의 이미지와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이달 초 진행된 더 K9 신차발표회 당시 새 모델에 적용된 고급 소재들과 다양한 편의사양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40~50대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선호하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로 권 부사장은 "더 K9의 타깃 층은 유능하고 품격 있는 이 시대의 리더이자 점잖고 품격 있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고 말했다.
신차의 특징을 살린 '1호차 전달식'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차는 최근 자사 최초이자 국내 완성차 업계 사상 첫 수소전기차인 '넥쏘'의 1호차 전달식을 진행했다.
특히 현대차는 이례적으로 울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등 지자체별로 1호차 전달식을 동시에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회사 측이 새로운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한 것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달리는 친환경차'라는 넥쏘의 개발 콘셉트와 무관하지 않다.
울산, 광주시는 물론 다음 달 전달식이 예정된 창원시는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친환경차 시장 확대와 성장을 선도하는 3대 핵심거점으로 꼽힌다. 넥쏘 1호차 역시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의 일환으로 각 지자체에서 직접 구매에 나섰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달식이 진행된 장소 역시 울산의 경우 현대차와 울산시가 공동으로 마련한 '수소전기하우스'에서 치러졌고, 광주는 광산 CNG 충전소에 새롭게 마련된 '동곡 수소충전소'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넥쏘는 출시 전부터 시장 안팎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충전인프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현대차에서는 구매 불안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별도의 특화서비스를 마련하는 등 불안요소를 해소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기아차 최초 스포츠세단 '스팅어' 역시 1호차 전달식에서 차량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기아차는 스팅어 출시 당시 "최상의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는 고성능 '펀 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기아차는 스팅어 출시 6일 만에 자동차 관련 행사 진행 및 레이싱카 제작을 담당하는 'KMSA 모터스포츠' 대표이사이자 카레이서로 활동 중인 최정원 대표를 최상위 트림인 '3.3 터보 GT' 모델 1호차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스팅어는 고성능차이면서도 동시에 일상을 위한 패밀리카 혹은 데일리카로 활용 가능하다"며 "고성능차에 대한 이해가 깊고 드라이빙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 씨가 스팅어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1호차) 주인공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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