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행의 소비자시대] 황당한 '삼성증권 사태'가 말해주는 것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금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잘 못 지급했다. /이지선 기자

정상적 사고·시스템 대접받는 사회 만들어야...사회 전반 시스템 점검 시급

[더팩트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우리는 일상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말을 자주 쓴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나 맷돌의 윗돌과 아랫돌을 잇는 장식 또는 궁궐의 처마 장식을 뜻하는 것으로 상식에 벗어나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을 때 주로 쓴다.

'자본시장의 꽃'인 증권을 사고파는 증권회사에서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터졌다. 삼성증권에서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금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주당 1000원을 현금 배당하겠다고 결정하고 우리사주들에게 착오로 1000원이 아닌 1000주씩 배당했다. 현금 배당이 아닌 주식 배당을 하는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저지른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최고 증권사라는 삼성증권에서 개인 계좌에 잘못 입고된 주식을 매도한 임직원이 16명이나 되고 매도를 시도한 직원도 6명이나 된다. 일반인들도 자기 통장에 모르는 돈이 들어오면 겁이 나 손도 못 대는데 삼성증권 직원들은 직업윤리나 도덕성은 내팽개치고 숨도 돌릴 새 없이 잽싸게 팔아 치웠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삼성증권 직원들은 주식이 처음 잘못 입고됐을 때 20분 정도 관망하다가 회사가 ‘매도금지(배당 오류니 팔지 말라)’라는 경고를 컴퓨터 화면에 띄우자 우루루 내다 팔았다. 16명이 매도한 500만 주 가운데 80%, 400만 주가 이때 팔렸다. 계좌에 찍힌 주식 숫자가 혹시 허수는 아닌지 긴가민가하고 있다가 회사가 "팔지 말라"고 하니 오히려 실제 거래 가능한 물량이란 걸 알고 팔아버린 것이다.

대량의 주식이 본인 계좌에 입고됐다면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증권사 종사자의 기본적 직업적 윤리다. 그럼에도 주식을 팔아서 돈을 챙기겠다는 행태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삼성증권에서 배당 착오가 발생하면서 증권사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이번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지급 사태는 증권시장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고 관리 감독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삼성증권은 유통주식보다 30여 배 많은 28억 3162주를 직원들에게 지급했는데 ‘특이 거래’ 등으로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고 거르는 제어 장치가 없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증시 시스템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초보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또한 일반소비자 권익보호보다 증권사 종사자 자신 이익을 찾기 위한 행태와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지도 확인됐다.

증권사 직원도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실수가 여과 없이 그대로 집행되는 내부시스템은 크로스체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허약한 구조다. 증권회사에 종사하는 임직원의 용납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수수방관한 삼성증권에 대한 징벌적 과태료가 부과되어야 하며 매매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에게 충분한 보상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은 직업윤리가 확립되고 모든 거래가 시스템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며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스템 체계가 개별금융사, 거래소, 감독기관 등에 연계되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인투자자 권익이 우선시 되도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할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 남대문 화재, 세월호 사태’ 등 우리 사회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하지 못하고 시스템이 엉성한 곳이 많다는 얘기다. 증권시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선진국으로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적폐청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한 걸음 더 제대로 나가기 위해서는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차대한 것은 사회 전반에 정상적인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민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하고 정상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kicf21@gmail.com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