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채용 비리 정황 32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도 확인

2일 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비리 정황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가 나왔다. 채용비리 사례는 총 32건이었고 청탁이 16건, 성차별이 2건, 학력 차별이 14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DB

국회·청와대·금감원 등 전방위에서 청탁…남성 우대·대학 특혜까지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시작된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비리 검사 결과가 발표됐다.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을 비롯한 하나금융지주 전·현직 임직원이 채용 청탁에 연루된 정황과 남녀 고용평등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례도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2일 브리핑을 통해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비리 검사 결과 총 3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채용 비리 관련 특별 검사단은 지난달 13일부터 3주 동안 2013년 하나은행 채용 업무 적정성을 검사했다.

조사 결과 총 3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이 적발됐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은 16건이었고 최종 면접에서 남성에게 특혜를 준 사례가 2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순위를 조작한 것이 14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당시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이던 김 모 씨가 추천한 지원자는 서류전형부터 '최종합격'으로 표기돼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자는 서류전형 및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크게 미달했고 합숙면접에서도 태도 불량 등으로 0점 처리됐지만 최종적으로 합격했다. 금감원은 “서류전형부터 합격이 예정돼 있었고 실제 최종 합격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해당 지원자를 추천한 사람인 김 모 씨 이름 옆에 '회'라는 표기가 돼 있었다. 금감원은 추천자 이름 옆에 적힌 '회'가 회장실, 혹은 회장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김정태 회장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추천인이 '짱'으로 표기된 지원자 중 3명 서류전형과 면접단계에서 합격 기준에 미달했는데도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 조사결과 '짱'은 김종준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다. 김 전 행장은 아들 친구와 다른 금융지주 전 임원 부탁으로 해당 금융지주 은행 직원 자녀를 추천했다고 인정했다.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의 채용 청탁 의혹도 제기됐다. 추천내용에 ‘함□□ 대표님(◇◇시장비서실장▽▽▽)’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검사 결과 함 모 씨는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였던 함영주 행장이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 채용청탁에 하나은행 임직원 뿐 아니라 국회, 청와대 인사도 가담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례도 적발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채용 청탁 사례도 드러났다. 추천내용에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 기준(419점)에 미달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최종 합격했다.

채용 청탁자에는 하나금융 전·현직 임원뿐 아니라 국회·청와대·금융감독원 등도 거론됐다. 추천 내용에 '국회 정무실', '청와대 감사관 조카' 등이 표기된 지원자 2명은 점수 미달에도 최종 합격했다. '감독원'으로 표기된 지원자 2명은 서류 및 실무 면접에서 특혜를 받았지만 최종적으로는 불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은행은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 순위도 조작했다. 단계별로 인사부장, 팀장, 실무책임자 등 3명이 합격자 결정을 위한 추가 고려요소를 논의했는데, 그 과정에서 실무 면접에서 탈락한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 9명을 합격시키고 동수의 다른 학교 졸업자를 탈락시켰다. 합숙 및 임원 면접단계에서도 명문대 지원자를 중심으로 원점수 기준으로는 불합격권인 지원자를 상반기에 7명, 하반기에 5명을 합격 처리했다.

금감원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사례도 포착했다.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의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의 남성 2명에게 특혜를 줘 남성을 채용한 정황이 발각됐다. 또한 당시 채용에서는 서류전형부터 남녀 차등 채용을 추진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2013년 하반기 경우 사전에 남녀 4:1 비율로 차등해 채용하기로 했고, 실제 채용된 남녀비율은 5.5:1로 더 차등적으로 채용했다. 검사단 추정 결과 남녀 차별 없이 커트라인을 적용했다면 서류전형의 여성 합격자는 619명 증가했을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 비리 검사 결과를 브리핑한 최성일 하나은행 특별검사단장(금감원 부원장보)은 "채용 비리 정황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한 증거자료는 검찰 수사 등에 참고자료로 제공했고, 향후 엄정한 수사를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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