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SPC의 고육지책?’…‘파리바게뜨 논란’에 오너 3세 등기이사 사퇴

허영인 SPC그룹 회장 두 아들인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왼쪽부터)이 SPC삼립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더팩트DB

SPC삼립, 시민단체·비영리기관·학계 출신 사외이사 영입

[더팩트│황원영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 두 아들인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이 그룹 유일의 상장사 SPC삼립 등기이사직에서 나란히 물러났다. 대신 SPC는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시민단체·비영리기관·학계 등 다양한 출신들로 사외이사를 구성했다. 업계 내에서는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논란으로 역풍을 맞았던 SPC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고육지책’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SPC삼립은 경기도 시흥시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을 선임하는 안건 등을 의결했다. 이날 최석원 파리크라상 대표와 경재형 전무 등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대신 허영인 회장 장·차남인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이 사내이사 자리에서 퇴진했다.

이들은 지난 2015년 그룹 모태인 SPC삼립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이들은 그동안 각각 경영 수업을 받으며 SPC를 이끌어왔으나 이번에 사내이사에 재선임되지 않았 다. 2003년 등기이사로 선임돼 10년간 머물렀던 허영인 회장 역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가 모두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리지 않게 됐다.

새로 사내이사를 맡게 된 경 전무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최근 SPC삼립 경영지원·경영관리실장으로 영입됐다. 경 전무는 회사의 재무건전성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신규 사외이사로는 최봉환 사단법인둥지 이사, 채원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 강동현 서울대 식품생명공학전공 교수, 이종열 법무법인광장 고문 등 4명이 선임됐다. 사외이사로 시민단체·비영리기관·학계 등 출신이 다양하다.

SPC삼립은 이번 이사선임과 관련해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전문성과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 장·차남인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은 지난 2015년 그룹 모태인 SPC삼립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더팩트DB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SPC가 제빵사 불법파견 사태를 겪으면서 조직 쇄신 차원에서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PC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직접고용 논란은 “파리바게뜨가 인력공급업체의 위장 도급을 통해 제빵기사를 가맹점에 공급하고 실질적인 파견 사용사업주로서 업무지시를 해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이에 프랜차이즈 가맹점 제조기사의 실질적 사용주가 가맹본부인지 가맹점주인지를 두고 산업계, 노동계, 학계, 법조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논란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파리바게뜨는 정부과 행정소송까지 불사했으나 올해 초 가맹본부와 제빵기사 양대 노총이 자회사를 통해 제빵기사들을 고용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해 극적으로 마무리 됐다. 이에 따라 SPC는 100억 원대 과태료를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SPC가 정부 당국과 갈등을 빚어 공정거래위원회 눈 밖에 나있는 상황인 데다 전문 경영체제가 강화돼 오너로서는 경영 책임을 다소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PC삼립은 “두 사람 임기가 끝나 물러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되지 않았을 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주총에 따라 SPC삼립 이사회 구성은 기존 사내이사 6명, 사외이사 3명에서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4명으로 바뀌었다.

hmax875@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