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회장, 연임과 동시에 증권사 7000억 원 유상증자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하나금융투자(하나금투)가 대형 증권사로서 성장을 예고했다. 지주사 차원의 '비은행 강화 전략'에 맞춰 7000억 원대 유상증자가 결정된 덕분이다. 이번 증자로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2조5000억 원대로 늘어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한발짝 다가설 전망이다.
지난 23일 하나금투는 10년 만에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같은 날 열린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김정태 회장의 장기집권이 확정되자 지주사가 장기적 목표로 제시했던 '비은행 강화'를 실현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주주 배정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유상증자는 7000억 원 규모다. 이로써 하나금투는 자기자본 2조5000억 원을 확보해 대형 증권사로의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하나금투의 유상증자는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진행됐다. 하나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높아 다른 지주사에 비해 비은행계열사의 기여도가 미흡했다. 특히 증권사는 은행 계열사 중 NH투자증권 40.7%, KB증권 8.1%, 신한금융투자 7.3%, 하나금융투자 7.2% 순으로 가장 낮은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자기자본규모 경우 다른 은행 계열 증권사들은 모두 3조 원 대 자본을 확보하고 있지만 하나금투는 이번 증자 이후에야 2조 원을 넘어섰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투자은행(IB) 부문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78% 늘렸다. 증권사 기여도도 지난해 6.6%에서 7.2%로 올랐다. IB 부문에서 성장 가능성을 본 하나금융은 증권사에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신사업 범위가 정해져 업계의 자본 확보와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증권사들은 이미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가 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8조 원대를 달성했고 메리츠종금증권도 자기자본을 늘려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됐다. 키움증권도 3552억 원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며 자기자본 9위로 올라섰다. 경쟁사들의 자본 확충으로 시장이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이번 증자에 영향을 미쳤다.
하나금투는 이번 증자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나가며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인 은행계열 증권사들과의 대형화 경쟁에도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금 조달을 통해 3조 원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되면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와 기업신용공여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4조 원 이상이면 단기금융업에 나설 수 있고, 8조 원 규모로 덩치를 키우면 종합투자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하나금투가 은행계열사 '몸집 불리기' 경쟁에 참전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투에 대한 유상증자는 비이자이익 증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향후 자기자본 3조 원 증권사로 이른 시기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계열 증권사 대형화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도하 SK투자증권 연구원도 "금융당국이 증권사 대형화를 위해 자본규모에 따라 업무범위를 차등하면서 자본 규모를 키우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증자 이후의 자본 규모와 이익 체력을 볼 때 하나금융투자의 추가적 증자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전략 목표로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을 30%까지 늘릴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며 "비은행 분야인 증권, 카드, 보험 등에서 체질 개선 기회가 있으면 인수·합병 등의 방식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하나금융에서 영위하지 않던 새로운 사업에도 진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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