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해태, 오너 3세 '윤석빈 체제' 본격화…경영능력 시험대 오른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해태홀딩스 사장이 크라운제과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지주사에 이은 핵심 자회사에 대한 윤 사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더팩트 DB

23일 크라운제과 주총서 윤석빈 사장 사내이사 선임…"책임 경영 차원"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피는 물보다 진하다.'

크라운제과가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경영권이 윤영달(72)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에서 장남 윤석빈(46) 크라운해태홀딩스 사장으로 이어지는 승계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아무리 일을 잘해도 결국 혈연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윤 회장 사위인 신정훈(47) 해태제과 사장이 2014년 8월 선보인 '허니버터칩'이 시장에 나온지 불과 3개월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 업계에선 차기 후계 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경영권이 결국 장남인 윤 사장에게 넘어가자 업계에서는 신 사장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 사장은 2008년 '미사랑 카스타드' 등 해태제과 과자 제품에서 독성 물질 멜라닌이 검출돼 회사가 휘청거릴 때 비상회의를 매일 소집하는 등 적절한 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 2014년 허니버터칩으로 당시 감자칩 시장에서 꼴찌였던 해태제과를 단숨에 최강자 위치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사위가 장남보다 일찍 경영 능력을 인정받자 당시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장남과 일 잘하는 사위 중에서 후계자를 고심 중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 윤영달 회장 사위 신정훈 사장, 허니버터칩 돌풍 주역으로 우뚝

물론 신 사장이 처음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식품 관련 경력이 전무했던 신 사장이 윤 회장 딸 자원 씨와 결혼해 2005년 해태제과 상무로 입사하자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가 2008년 사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을 때도 윤 회장 사위라는 명함이 더 크게 작용했을 정도다. 그러나 신 사장은 허니버터칩 돌풍의 주역이 되면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논란을 한 순간에 잠재웠다. 허니버터칩으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출시 첫해인 2014년에 110억 원대 매출을 올렸지만, 이듬해에는 매출이 523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46억 원에서 469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허니버터칩이 명실상부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해태제과뿐 아니라 모기업 크라운제과 실적을 이끌었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성공을 발판삼아 2016년 기업상장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신 사장은 탁월한 사업 수완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두라푸드와 크라운해태홀딩스 등 주요 회사 주주 명단에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허니버터칩에 버금가는 히트작이 없는 윤 사장이 이들 회사에 부친 윤 회장에 이어 지배주주로 올라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승계 과정에서 경영능력은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윤 회장은 그룹을 이끌 주역으로 '물보다 피'를 택했다.

크라운제과의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사실상 윤영달 회장에서 윤석빈 사장으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 준비됐지만, 윤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윤 사장은 주력 계열사인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의 실적 부진을 타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팩트 DB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장수 제과업체 중 하나인 크라운제과가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석빈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윤 사장은 크라운해태제과그룹 오너 윤 회장의 2남 중 장남이다.

윤 사장은 지난 2007년 크라운제과에 이사로 합류한 뒤 2010년 상무를 거쳐 같은 해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경영을 책임져왔다. 크라운제과가 창립 70주년이었던 지난해 3월 지주사 체제로 바뀌면서 그룹을 총괄하는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이번 사내이사 선임으로 1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한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윤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유로 '책임경영'을 꼽는다. 회사 관계자는 "윤 사장은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크라운제과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며 "이번에 책임 경영 차원에서 윤 사장을 이사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선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 장남 윤석빈 사장 "크라운제과 재무구조 개선" 내부 평가

전문 경영인이 이끌던 크라운제과가 오너경영 체제로 바뀌면서 지주사와 핵심 자회사에 대한 윤 사장 지배력도 더 커질 전망이다.

윤 사장은 지주사 전환으로 3세 경영 구도를 구축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윤 사장이 경영 선봉에 나서는 등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올랐지만 당면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 당장 업황 부진 속에서 정체된 실적을 정상화하고 '허니버터칩'이라는 킬러 콘텐츠로 돌풍을 일으켜 '아들보다 잘 나가는 사위 경영자'로 유명해진 신정훈 해태제과 사장과의 비교 구도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한 뒤 모기업인 크라운제과는 장남에게, 자회사인 해태제과식품은 사위에게 각각 맡겨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왔다. 자연스럽게 가족 간 경쟁과 비교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체제다. 게다가 윤 사장과 신 사장은 각각 1971년, 1970년생으로 나이도 한 살 차이다.

윤 사장으로서는 아직 뚜렷한 히트작이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신 사장이 허니버터칩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것처럼 윤 사장도 히트작 또는 자신이 책임지는 사업을 통해 경영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윤 사장이 최대주주이면서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 두라푸드가 2011년 98.2%, 2012년 98.6%, 2013년 93.4%, 2014년 91.7%, 2015년 96.3% 등 매출 대부분을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 등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통해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영 전면에 나선 만큼 뚜렷한 성과로 경영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와 홍익대 디자인학 박사 과정을 밟아 식품업계 오너로는 드문 미술학도 출신이다. 그는 전공을 십분 발휘해 크라운제과의 장수 상품 패키지에 다양한 예술작품을 접목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아트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윤 사장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그룹 주력 계열사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가 전반적인 제과 업황 부진 속에서 성장 정체를 겪고 있어 실적 부진을 타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낵시장에서 트렌드 변화 주기가 빨라지고 업계 경쟁이 치열해서 과거 품귀 현상을 빚으며 '없어서 못 팔던' 허니버터칩 명성도 시들해졌다. 허니버터칩에 버금가는 히트상품을 못 만든 해태제과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약 351억 원)보다 46.3% 급감한 18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7928억 원)보다 1% 늘어난 8015억 원, 당기순이익은 전년(255억 원) 대비 73.4% 급감한 68억 원이다.

크라운제과도 쿠쿠다스와 하임 등 시리즈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허니버터칩 후광효과' 등 해태제과 성장동력에 힘입었지만, 이제는 윤 사장의 경영 능력을 부각할 수 있는 새로운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크라운해태홀딩스 관계자의 "윤 사장은 해태제과 인수 후 취약해진 크라운제과 재무구조를 견실하게 개선하는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되는 대목이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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