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사회적 가치 창출, 선택 아닌 필수"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노력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재계 서열 3위 SK그룹이 달라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그룹 최우선 경영 실천 과제로 꼽으면서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및 도입해 SK만의 '공유 인프라 경영'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고 있다.
특히, 정유·화학 분야의 중추를 맡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 회장의 경영철학인 '딥(deep)체인지'를 기반으로 '임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 '사회적 기업 지원'이라는 큰 틀 안에서 경영 전반에 새로운 제도를 도입, 기업 문화 변화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팀장의 결재 없이 '본인 기안 후 본인 승인' 절차를 통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휴가 신고제'를 도입,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휴가 신고제 도입 전까지 SK이노베이션은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팀장에게 구두 상으로 휴가 날짜를 알린 이후 결재를 올리는 방식으로 중복 승인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휴가 사용에 대해서 허락을 받는 것이 아닌, '신고'만(알리기만) 하면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올해에도 구성원들에게 '빅 브레이크' 휴가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빅 브레이크란 근무일 기준 5~10일, 주말 포함 시 최대 16일의 긴 휴가를 의미한다. 연간 징검다리 휴가 사용 가능일을 사전에 안내하고, 국외 출장 때 휴가 병행을 장려하는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휴가 소진율은 98.3%에 달한다. 이는 국내 직장인 평균 연차 휴가 소진율인 약 61%(2013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집계 기준)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아울러 최근에는 관료주의 업무 관행의 대표 사례로 지목돼 온 '품의서'와 '통보서'를 폐지하고, 이메일 보고 및 승인 문화를 활성화해 최소한의 증빙 문서만 남기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다. 이 같은 시도는 회사 구성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회장이 강조한 '효율적인 협업과 공유'와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최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같은 조직과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일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프로젝트 중심의 공간에서 협업과 공유를 활성화하는 환경으로 업무 공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이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강조해 온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공동 추구하는 '뉴 SK' 전략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기업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18 글로벌 지속가능포럼(GEEF)'에 참석했을 때에도 SK이노베이션의 사회적 기업 지원 사례를 대표사례로 제시했다.
사회적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데 기업 활동의 동기를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하나로 사회적기업 지원을 제시한 이후 지난 2015년부터 업사이클링(재활용) 제품을 제작 및 판매하는 업체 모어댄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모어댄에서 폐자동차의 가죽 시트나 에어백, 안전띠 등을 활용해 만든 백팩의 경우 최 회장이 GEEF에서 직접 홍보해 화제를 모은 것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랩몬스터(RM)를 비롯해 강호동, 김생민, 이수근, 서장훈, 김영철 등 다수 유명 방송인들도 구매 대열에 합류하는 등 연예계 내 '착한 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들어 자회사인 SK에너지와 지역 주요소가 협업, 일부 SK주유소에서 모어댄이 제작한 가방을 전시하는 등 새로운 판로 개척에도 힘을 싣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강조한 '딥체인지' 실천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며 "사회적기업 지원은 물론 회사 구성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워라밸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문화 개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