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승계 공식' 없는 GS, 허창수 회장 이을 후계자 안갯속

재계에서 세대 교체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후계 구도가 안갯속인 GS그룹에서 누가 허창수 회장(사진)으로부터 그룹 수장 바통을 이어받을 지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형제 경영' or '사촌 경영' 기로 선 GS그룹 승계 구도 결과는?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최근 몇년 동안 재계에서는 '세대 교체'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3세 형제경영에서 4세 사촌경영 시대를 연 두산과 사촌 간 경영권 승계가 자리잡은 LS, 장자 승계로의 연착륙에 성공한 효성그룹에 이르기까지 다수 그룹이 안정적인 경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가운데 여전히 후계 구도가 안갯속인 곳이 있다. 바로 재계 서열 7위 GS그룹이다.

지난 2004년 그룹 출범과 동시에 15년째 허창수 회장이 수장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GS그룹의 승계 구도에 재계 안팎의 눈과 귀가 쏠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형제 경영' 또는 '사촌 경영'과 같이 대를 이어져 내려온 '승계 공식'이 없다는 데 있다.

더욱이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LS그룹이 10년을 주기로 한 '사촌 경영'의 틀을 잡아가고 있는 것 역시 GS그룹의 향후 승계구도에 관한 관심도를 높이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다음 달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을 지주사인 LS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은 부회장은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아들로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LS그룹은 지난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초대 구자홍 회장에 이어 그의 사촌동생 구자열 회장으로 이어지는 사촌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LS그룹이 초대 회장 때부터 '사촌 경영'을 유지해 온 만큼 구자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그룹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된 LS그룹은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지난 2012년까지 회장직을 맡았다. 이후 그룹 회장직 바통을 이어받은 구자홍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아들인 구자열 회장이 6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

반면, GS그룹은 2004년 허창수 체제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그룹만의 승계 공식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 제기되는 GS그룹의 승계 시나리오마다 '포스트 허창수'로 지목하는 후보군 역시 다양하다.

이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허창수 회장의 동생 허진수 GS칼텍스 회장과 사촌 동생 허용수 GS EPS 대표이사다. 허진수 회장은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3남이자 허창수 회장의 동생으로 GS그룹 전체 매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GS칼텍스의 호실적을 견인하며 그룹 내 존재감을 확고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허진수 회장은 수출 다변화를 주도, 수출 비중을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사상 최대치인 1조438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안팎에서는 GS그룹의 유력한 차기 후보로 허창수 회장의 동생 허진수 GS칼텍스 회장과 사촌 동생 허용수 GS EPS 대표이사(왼쪽 위)가 거론된다.

허용수 대표 역시 수년째 꾸준히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허용수 대표는 고 허만정 창업주의 5남 고 허완구 승산 회장의 장남이다. 허진수 회장이 핵심 계열사의 호실적을 견인하며 리더십을 검증받은 것과 달리 허용수 대표는 그룹 지주회사인 ㈜GS의 지분을 허 씨 일가 가운데 단일주주로는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용수 대표는 ㈜GS의 지분 5.26%(488만9718주)를 보유, 4.75%(441만7695주)를 보유한 허창수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늘려온 허용수 대표는 2016년 11월부터 집중적으로 회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GS그룹의 '사촌 경영' 가능성을 점치는 일각의 관측에 불을 지폈다.

한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승계 구도가 가장 불투명하다"며 "허창수 회장이 안팎으로 여전히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며 건재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일흔의 허 회장이 15년 동안 그룹의 수장을 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룹 내부에서도 경영권을 둘러싼 혼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승계 작업에 대한 구상을 더는 미룰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를 후계자가 아직 GS 가문에서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차기 회장에 관해 시기적으로 논의할 단계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부적으로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서 이견 등으로 차기 회장 선정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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