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로·이성락·서민지·안옥희·이지선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장병문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후원 기업들이 기대 이상으로 올림픽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이 후원한 윤성빈은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대박이 났습니다. 그런데 일부 기업은 후원 선수의 태도 때문에 불매 운동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불똥이 튀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비즈토크>는 국민적 분노를 산 '김보름 인터뷰 논란'으로 시작하겠습니다.
◆ '비싼 돈 들였는데' 김보름 역풍 맞은 네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 출전한 김보름(강원도청)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로 연일 십자포화를 맞으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죠. 이와 관련해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NEPA)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요?
-네. 네파가 김보름 선수의 공식 후원사라는 이유만으로 불매운동 움직임에 직면했기 때문인데요. 네파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김 선수를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노선영 선수를 배려하지 않고 경기를 펼쳤고, 인터뷰에서 뒤처진 노 선수를 탓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김 선수 인터뷰 영상에 분노한 누리꾼들이 네파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에 후원 중단을 요구하는 글로 도배를 했죠. '김보름 후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불매하겠다'는 내용이 요지입니다.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2일까지 55만 명이 서명하는 등 그야말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좋은 의미로 김보름 선수를 후원했을 텐데요. 불똥이 애먼 곳으로 튀는 느낌입니다. 업계에서 스포츠 선수 후원 비용이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내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는 측면도 크고요.
-인터뷰 논란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네파가 오는 28일까지 예정된 김보름 선수 후원이 종료되면 추가 계약연장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죠. 네파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기능성을 강조할 수 있는 좋은 후원인데 논란이 불거져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네파의 스포츠 국가대표 후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하는데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김 선수의 가능성을 보고 첫 후원을 결정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돈 쓴 보람은커녕 덩달아 욕만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네파뿐 아니라 김보름 선수도 피해자라며,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파벌문제, 선수 간 갈등을 수수방관하며 일련의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인 빙상연맹이 무책임한 태도로 논란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스포츠계에선 빙상연맹이 받아야할 국민적 분노, 실망감이 김 선수에게만 집중되면서 결국 희생양이 됐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번 사태로 스포츠 선수에 대한 기업 후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업도 홍보마케팅 효과를 얻기 위해 선수 후원을 하는 입장인데 오히려 돈 쓰고 브랜드 이미지만 나빠진다면 어떤 기업이 선뜻 후원에 나서겠냐"면서 "대중의 분노도 이해하지만,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습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책임질 금메달 유망주에서 하루아침에 '국민 밉상'으로 전락한 김보름 선수가 24일 오후에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을 땄습니다.
-김보름 선수가 세계 정상급 실력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며 이번 올림픽에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관중에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김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금 죄송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지난 팀추월 경기 '왕따 논란'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오늘) 경기가 힘들었는데 관중의 응원에 힘을 내서 할 수 있었다"라고 울먹였습니다. 하지만 '국민 밉상'으로 단단히 찍힌 김 선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바뀔 지 여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사실 김보름 선수에 대한 여론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입장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여론을 들끓게 만든 선수에게 어떤 기업이 후원을 하려고 나설까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많은 후원사들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는데, 상대적으로 날벼락을 맞은 기업은 더 타격이 커 속을 태우는 모양새입니다. 기업의 스포츠 후원은 이제 단순한 홍보 마케팅에만 그 목적이 있지 않죠. 기존 기업 후원은 피겨퀸 김연아, 마린보이 박태환, 체조 손연재 등 이미 유명한 선수들에 집중이 됐는데요. 이제는 사회적 책임의식으로 한 단계 진화해 비인기종목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유망주를 발굴해 스포츠 저변 확대 등 발전에 기여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두각을 드러낸 비인기종목 발전에는 선수 개인 노력은 물론이고 그 뒤에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죠. 지금 승승장구하는 여자 컬링팀이 있기까지는 대한컬링경기연맹과 공식 후원협약을 맺고 100억대 규모 후원으로 화끈하게 '밀어준' 신세계그룹의 조력이 컸는데요. 이번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선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데에도 CJ그룹의 '뚝심' 후원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야할 때입니다.
◆'한국GM 사태' 한숨 돌렸지만…산업은행 '책임론' 도마
-'한국GM 사태'가 경제계 안팎이 어수선한 분위기인데요. 한국GM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책임론에 휩싸였죠.
-한국GM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GM은 2014~2016년 3년간 약 2조 원의 적자가 누적돼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는데요.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상법상 주주로서 회계장부를 열람하고 재무상태를 검사할 권리가 있는데, 산업은행이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죠. 그동안 한국GM에 자료 요청을 해왔지만, GM 측이 거부했고, 산업은행도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GM 측이 정부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함에 따라 한숨 돌리게 된 거 같은데요.
-네, GM 측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실사 진행에 동의하며 실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동안 정부 지원 확답을 요구하던 GM이 "실사부터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한 발짝 물러선 거죠. 또한 GM은 이사회에서 이달 말 만기도래하는 7220억 원의 채권 회수도 보류하고, 부평공장 담보 요구 역시 포기했습니다.
-다만 '한국GM 사태'가 순조롭게 마무리될지 단언할 수는 없어 마음을 편히 놓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산업은행 노조 또한 반발하고 있는데요. 산업은행 노조 측은 "15년간 보여 온 GM 행태로는 단돈 1원의 지원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GM 본사에 실효성 있는 고용안정 및 장기 사업계획을 우선 확약하고, 국민들이 수긍할 수 없는 대안으로는 산업은행에 어떠한 희생도 강요해선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산업은행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네요.
◆ VR 게임방 사업 뛰어든 이동통신사 KT, 왜?
-지난 20일 국내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KT가 '이색 공간'을 소개했죠. 바로 가상현실(VR) 테마파크인 '브라이트'를 언론에 공개한 것인데요.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시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자리 잡은 '브라이트'는 KT와 GS리테일이 함께 만든 실감형미디어 체험 공간인데요. 기존 VR 게임방에서 규모가 커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규모가 커졌으니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수도 늘어났겠죠. 현장에 가보니 눈길을 끌 만한 VR·증강현실(AR) 게임이 많았습니다. 특히 1인칭 슈팅게임 '스페셜포스'를 VR 게임으로 만든 '스페셜포스 VR: 유니버셜 워'가 큰 인기를 끌었죠.
-그런데 이동통신사가 왜 VR 게임방 사업을 시작했나요?
-현재 KT는 차세대 이동통신 5G 시범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다가올 5G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요. 대용량 처리가 가능한 5G 시대에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 서비스가 바로 VR과 AR 등 실감형미디어입니다. KT는 실감형미디어 서비스와 관련 콘텐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2020년까지 현재 1800억 원 수준인 국내 실감형미디어 시장 규모를 최대 1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VR·AR 생태계 확산을 위해 '브라이트'와 같은 체험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인 것이죠. KT는 향후 '브라이트'를 200호점까지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직영·가맹점 관리는 GS리테일이 맡고 KT는 '브라이트' 사업주에게 콘텐츠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죠.
-그렇군요. KT의 VR 게임방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일단 다음 달 1일 문을 열어봐야 짐작할 수 있겠는데요. 기존 VR 게임방에 비해 다양한 콘텐츠를 갖췄다는 점에서 큰 호응이 예상되긴 합니다. 다만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대기업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중소 VR 게임방 사업주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VR 게임방은 전국에서 160개가량 운영되고 있죠. KT는 오히려 지지부진했던 시장 자체를 키워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돈벌이가 아니라 '시장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인데요. KT는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VR 게임방 사업주들을 위해 플랫폼 개발·콘텐츠 제공 관련 상생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 1인칭 총싸움 게임 '스페셜 포스' VR방 데뷔 사연
-이번에는 게임 이야기를 해봅시다. KT와 드래곤플라이가 최근 가상현실 총싸움게임을 공동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네. KT와 드래곤플라이가 1인칭 총싸움 가상현실 게임인 '스페셜포스 VR'을 선보여 업계 안팎에서 화제입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부터 협업을 맺고 공동 개발을 해왔습니다. KT와 드래곤플라이가 상호 제안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는데요. '스페셜포스 VR' 개발은 약 2년 전인 지난 2016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중간 단계인 '스페셜포스 HTC 바이브 VR'을 거쳐 지금의 '스페셜포스 VR'가 탄생했습니다. 중간 단계와 현 버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멀티플레이입니다. PC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 전용인 '스페셜포스 HTC 바이브 VR'은 나 홀로 즐기는 방식이었던데 반해 '스페셜포스 VR'은 오프라인 매장인 가상현실 방에서 최대 4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KT가 국내 유명 게임업체와 가상현실 게임을 공동 개발하는 것은 현재 '스페셜포스 VR'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음 달 서울 신촌에 들어서는 도심형 가상현실 테마파크 성공 여부에 따라 그 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프라인 매장용 가상현실 게임이 속속 나오는 것을 보니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신작 '스페셜포스 VR'은 어떠한 배경을 가지고 있나요?
-지구를 침략한 외계 생명체에 맞서 파괴된 지구를 다시 되찾는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기존 가상현실 게임들이 일방적인 몬스터 사냥에 초점을 맞췄다면 '스페셜포스 VR'은 가상현실 환경에서 상호작용을 강화해 기존 게임과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나 홀로 적과 사투를 벌이는 방식이던 이전 게임과 달리 '스페셜포스 VR'은 멀티플레이 기반 몬스터 협공은 물론 캐릭터 고유 기술을 활용해 동료 공격도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