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몰과 시너지 강화…사드 여파에도 지난해 4분기 첫 분기 흑자
[더팩트ㅣ동대문=안옥희 기자] 두산그룹 오너 4세 박서원 전무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두타면세점이 개장 1년 반 만에 연간 흑자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중국발 악재와 시내면세점 간 출혈경쟁으로 악전고투하며 적자 경영을 이어오던 두타면세점이 지난해부터 두타몰과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대변신에 박차를 가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2016년 5월 야심차게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면세점업계 경쟁 심화, 면세사업 경험부족에 따른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3대 명품' 유치 실패, 사드 보복 영향으로 면세사업 철수설까지 나올만큼 줄곧 적자로 고전해왔다. 박서원 전무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한 심야영업 전략을 취했으나 적자 기조 속에서 대표이사도 여러 차례 교체되는 등 수정 전략이 불가피했다. 영업시간을 기존 새벽 2시에서 오후 11시까지로 축소한 데 이어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해 남겨뒀던 매장도 정리해 운영 면적을 9개층에서 7개층 규모로 줄였다.
그 결과 한적했던 매장에 방문객이 늘고 있다. 영업시간과 영업면적을 줄이는 매장 효율화 작업 추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개선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2.6% 증가한 1246억 원, 영업이익 45억 원으로 첫 분기 흑자를 냈다. 초기 시행착오에 대한 수정 전략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서울 중구 두타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여느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은 아직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사드 보복 여파로 대다수 매장에서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지난해 9월과 비교해 가족‧친구‧연인 등 개별관광객(싼커) 숫자가 확연히 늘어난 모습이었다.
개별관광객들은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면세점과 연결된 복합쇼핑몰인 두타몰을 오가며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두타몰에 입점한 이마트 노브랜드 전문점엔 관광객 뿐 아니라 내국인 방문객들도 상당했다. 매장 직원은 "내국인도 오지만, 동대문 근처에 숙소를 잡은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러 왔다가 노브랜드 전문점에서 식품과 생필품을 사간다"고 말했다.
두타면세점은 K뷰티, 패션잡화 브랜드 유치 등 다국적 고객 특화 콘텐츠 강화와 함께 두타몰과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박서원 전무는 두타몰에 탁월한 집객 효과로 전체 매출 신장 견인이 기대되는 유명한 맛집 브랜드를 대거 유치했다. 줄 서서 먹는 인기 버거 쉐이크쉑부터 라인 프렌즈 스토어, 이마트 노브랜드 전문점까지 입점했다. 박서원 전무는 두타몰에 둥지를 튼 노브랜드 전문점 사진을 찍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두타면세점은 오후 9시 이후 쇼핑객에게 추가 할인을 해주는 등 심야쇼핑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밤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동대문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다국적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두타몰 구매 영수증을 가지고 두타면세점 이용 시 10% 할인 등 연계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K뷰티 브랜드와 보이런던‧MLB‧에비수 등 패션 브랜드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이달에는 1층 라인 프렌즈 스토어 앞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인 제이엠 솔루션을 입점시켰다. 제이엠 솔루션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마스크 부문 글로벌 2위, 국내 브랜드 중 1위를 기록할 만큼 유명해 중국 보따리상(다이궁)들 사이에서도 필수 구매 화장품으로 꼽힌다.
내수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전략을 통해 지난해 사드 보복 기조에서도 매출은 늘었다. 다른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보따리상 중심으로 매출이 회복되면서 적자폭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롯데 계열사에 대한 사드 보복 조치를 풀지 않으면서 기존 롯데면세점으로 몰리던 보따리상들이 신규면세점으로 분산된 효과도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일부 화장품 브랜드들이 펴고 있는 국내 면세점 구매수량 제한 정책도 두타면세점에게 득이 됐다. 보따리상들이 인기 면세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매장을 들러야하는 만큼 동선이 가까운 강북권으로 몰리면서 두타면세점으로도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이궁 매출에 힘입어 지난해 9월 두타면세점이 541억 원 매출을 달성해 강남지역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매출(533억 원)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날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인기 면세상품을 짧은 시간 내 대량 구매해야하는 보따리상들이 동선이 가까운 강북권에 몰리고 있다"며 "두타면세점이 강북에 몰려 있는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신라면세점과 위치상 인접해 면세점 벨트로 같이 묶이면서 매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면서 신규브랜드 유치 및 중국 단체 여행객 모객 증대로 매출 7200억 원, 시내면세점 점유율 7%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타면세점과 두타몰을 총괄하는 박서원 전무의 경영 전략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서원 전무는 두타몰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쉐이크쉑·라인 프렌즈‧이마트 노브랜드 그랜드 오픈에 이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글로벌 화장품 편집샵 세포라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박서원 전무가 SNS에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만난 사진을 올리면서 두타몰 세포라 입점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다양한 브랜드 유치 과정에서 세포라 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 입점을 타진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두타면세점은 면세점 매출을 좌우하는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가 없는 후발주자로서 특화된 콘텐츠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가운데 국내 최고 수준의 K뷰티 라인업을 갖추며 화장품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타몰에 국내 최초로 세포라가 입점한다면 집객 효과는 물론 두타면세점이 화장품 전문 면세점이라는 입지도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타면세점이 중국의 한국행 단체관광 일부 해제 조치가 완전히 풀리고 세포라 등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유치에 성공한다면 올해 면세운영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