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주도' 유한킴벌리, 과징금 0원에 비난 여론 증폭

정부 발주 위생용품 입찰 담합건으로 검찰에 고발된 유한킴벌리가 리니언시(자진 신고 감면 제도)를 악용해 본사는 제재를 피하고 대리점에만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 /문병희 기자

유한킴벌리, 담합 후 슬그머니 자진신고해 대리점만 과징금…'리니언시' 악용 논란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화장지, 기저귀, 여성용품 등 국내 생활용품 업계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가 대리점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정부 발주 위생용품 입찰 담합건으로 검찰에 고발된 유한킴벌리가 '리니언시'(자진 신고 감면 제도)를 악용해 대리점에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준법경영·사회공헌 활동으로 대표적인 상생경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온 유한킴벌리가 지난해 생리대 유해성 논란과 가격 꼼수 인상에 이어 이번 담합 사건까지 잡음이 생기면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 23개 대리점과 함께 총 135억 원대 정부입찰 담합을 주도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적발되고도 '리니언시'를 통해 과태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본사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던 '을'격인 대리점들이 처벌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종업원 수가 10명 전후인 영세한 대리점으로 대부분 위법 사실인지를 모른 채 가담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본사에 2억1100만 원, 23개 대리점에는 총 3억9400만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 본사가 실제 납부하는 과징금은 '0원'인 데 반해 대리점들만 과징금 수천만 원씩을 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유한킴벌리가 과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이유는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리니언시란 담합 가담자가 담합 사실을 먼저 신고하면 제재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한 대표적 정책으로 담합을 한 사업자가 자진신고를 하면 1순위에는 과징금 전액과 검찰 고발을, 2순위에는 과징금 50%와 검찰 고발을 각각 면제해준다.

유한킴벌리는 대리점과의 담합을 공정위에 스스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소위원회에서 각종 제재 조치가 결정됐더라도 모두 면죄부를 받는다. 유한킴벌리 본사가 결국 리니언스를 통해 대리점에 처벌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함께 담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신고한 본사는 과징금과 법인·개인 고발까지 모든 제재를 피하고 대리점만 제재를 받게 되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의 유한킴벌리 봐주기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3일 공정위가 유한킴벌리 담합 적발 사실을 공개하면서 과징금 부과 사실만 알리고 임직원 개인 검찰 고발 결정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리니언시 처벌 면제 사실을 위법 당사자와 공정위 직원이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공정거래법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이 확산하자 이날 유한킴벌리 임직원 개인 고발 누락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유한킴벌리 측도 이러한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13일 1차 입장문에 이은 2차 입장문을 통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유한킴벌리는 2014년 2월 사업부와 대리점의 입찰담합 위법성을 인식한 후 해당 행위를 금지했고 결코 제재를 피하기 위해 리니언시를 악용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당사는 공정거래 관련 위법성을 인식할 경우 즉시 신고 및 제도 개선을 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고 이는 회사의 유불리를 떠나 일관되게 적용된다"면서 "이번 사안 또한 회사가 위법성 우려를 인식한 직후 바로 공정위에 신고한 사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자진신고와 관련된 비밀유지 의무로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리니언시로 본사는 처벌을 면하고 대리점만 피해를 입게 됐다는 지적에 대해서 과징금 대납을 통해 대리점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개별 대리점 등의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를 확인한 후 예상치 않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면서 "이를 위한 조치로 과징금 대납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ahnoh05@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