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대모비스가 장안동 소상공인들 견제?
[더팩트ㅣ장안동=장병문 기자] "차라리 예전처럼 물량 밀어내기를 해라. 물량이 부족해 이젠 서서히 말라 죽겠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자동차부품중앙상가에서 만난 한 현대모비스 대리점 사장이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다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말이다. 장안동의 현대모비스 대리점주들은 본사에 대한 불만이 있었지만 보복이 있을 수 있다며 취재에 응해주지 않았다.
서울 장안동과 답십리동 일대에 있는 자동차부품상가에는 약 1200여 자동차부품업체가 몰려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부품 시장이다. 최근 이곳의 현대모비스 대리점 사장들은 부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일 1000여 곳의 대리점에 부품을 밀어내기 한 혐의로 현대모비스 법인과 전직 임원을 검찰에 고발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자체 산정한 매출 목표보다 3~4%포인트 초과하는 매출 목표를 산정해 지역본부에 떠넘겼다. 지역본부는 다시 대리점에 초과 물량을 밀어내기 했고 대리점주들은 빚을 내가며 물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현대모비스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원을 부과받았고, 전 임원들은 검찰에 고발당했다.
◆ 장안동 현대모비스 대리점, 초과물량 받다가 이제는 물량 부족
장안동 자동차부품상가의 현대모비스 대리점주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초과 물량으로 고통을 받았는데 이제는 물량이 없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5년 전과 상황이 180도 바뀐 것에 대해서 김창범 서울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 상무는 "현대글로비스가 장안동 자동차부품시장을 견제하는 것인데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창범 상무는 "현대모비스가 이곳에 있는 대리점들과 계약 해지하면서 장안동 부품시장에 들어오는 현대모비스 부품이 크게 줄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리점들은 부품 부족으로 인한 고객이탈을 걱정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 상무에 따르면 장안동 자동차부품시장에 약 1200여 부품업체가 모여있다. 이 가운데 100여 곳이 현대모비스 대리점인데 10여 곳이 수출업체에 부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에 자사 부품이 해외로 수출되거나 수출될 우려가 있을 경우 판매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계약 조건에 명시하고 있다. 해외 딜러 유통망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장안동의 일부 현대모비스 대리점은 지난 2015년 수출업체에 부품을 판매해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김 상무는 "이런 이유로 간판을 내린 장안동 현대모비스 대리점이 지난해 10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대리점들은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 원가량의 부품을 판매한 것으로 안다. 현대모비스의 해외 영업을 방해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고 본다. 계약 해지는 과도한 처분"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지난 2016년 매출은 38조 원이었으며, 장안동 자동차부품상가의 연간 매출은 5000억 원가량이다.
한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부품 제조사 현대모비스를 둔 현대자동차와 달리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대리점의 수출업자 판매에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장안동 차부품 시장 견제" vs "터무니없는 주장"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장안동 자동차부품시장은 현대자동차와 공생관계였다. 과거 현대차는 부품 유통, 보관, 물류 등의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안동 자동차부품상가와 협력이 중요했다.
2000년 이후 현대차의 수출이 급증하고 중고차가 중동과 동남아, 중국 등에 급속도로 팔렸다. 우리나라 중고차는 해마다 20만~30만대가 해외로 팔려나가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23만1000대가 수출됐다. 자연스럽게 국산차 부품을 찾는 해외 수요도 늘었다.
장안동 현대모비스 대리점과 본사 갈등은 해외 부품 매집업자들이 현대모비스 해외 대리점이 아닌 장안동 자동차부품상가를 찾으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부품 가격이 해외 판매가격보다 절반가량 싸고 업체들이 몰려있어 부품을 구입하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 장안동 자동차부품상가에는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바이어들이 자동차 부품을 매입하고 있다.
김 상무는 "현대모비스가 이곳 상가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하고 부품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는 것은 장안동 자동차부품상가를 축소하기 위해서다"라고 주장했다. 현대모비스가 해외 유통망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리점주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상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장안동 부품상가를 축소한다는 말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대리점의 부품 판매량은 전산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물량을 적절하게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점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장안동 대리점들이 수출업자에게 2000~3000만 원 규모로 판매한 것을 적발하고 계약 해지 했다. 거래규모가 작은 곳은 경고 조치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약해지된 장안동 대리점은 7곳"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