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롯데‧신세계‧현대百, 초콜릿 박람회‧초코파이 팝업 스토어로 집객 효과↑
[더팩트│강남‧을지로=안옥희 기자] "백화점에서 초콜릿 박람회한다고 해서 아이와 함께 구경 왔어요."(주부 조 모 씨)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아이와 동행한 주부 조 모 씨가 구매한 초콜릿 한 세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조 씨는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은 대형 초콜릿 박람회인 '살롱 뒤 쇼콜라 서울: 에필로그'를 보기 위해 일부러 현대백화점 본점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단순히 초콜릿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명장들이 초콜릿으로 만든 드레스‧에펠탑 등 다양한 공예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어 방문객들에게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미슐랭 3스타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프랑스 대표 디저트 브랜드 '위고에빅토르', 스위스 최고급 수제 초콜릿 브랜드 '레더라', 디자이너 피에르가르뎅이 직접 디자인하고 맛을 선별한 '맥심 드 파리' 등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 50여 개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디저트 마니아와 더욱 특별한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인근 의류업체에 다닌다는 직장인 임 모 씨는 "더 저렴한 초콜릿도 많지만 유명한 브랜드의 프리미엄 초콜릿이라서 선물용으로 구입했다"며 "같은 가격대 어중간한 선물보다 고급 초콜릿이 가심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들이 다가오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 판촉전을 벌이며 특수 잡기에 나서고 있다.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은 연중 초콜릿 매출이 가장 높은 데다 설 연휴와 맞물려 있어 선물 구매도 많은 시기다. 백화점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이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에 이르기까지 소비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초콜릿 상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과거 밸런타인데이는 연인들만의 기념일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이 함께 즐기는 날로 변화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밸런타인데이가 설 연휴 직전이라 가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고객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5만원 미만 가격대의 합리적인 초콜릿 선물세트로 선택의 폭을 넓힌 만큼 초콜릿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앞세워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다양한 국내외 초콜릿 브랜드 상품을 최대 50% 할인 가격에 선보이는 '가성비 갑 초콜릿 브랜드 대전' 행사가 한창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프리미엄 초콜릿 '킷캣 쇼콜라토리'와 오리온에서 선보이는 '마켓오 생초콜릿' 특설 매장에도 고객이 북적이고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앞서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첫 선을 보이며 화제를 불러 모은 오리온의 디저트 전문매장 '초코파이 하우스' 2호점을 강남점 지하 1층에 입점 시켜 집객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매장 앞에는 디저트 초코파이를 맛보기 위해 찾아온 고객들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디저트 초코파이는 100% 카카오버터로 만든 초콜릿 코팅에 천연 바닐라빈과 프랑스산 그랑마니에(코냑)를 더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일명 '스노우 마시멜로'가 특징이다.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초코파이 하우스의 디저트 초코파이는 출시 5일 만에 1만개 이상 판매되는 등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생 김 모 씨는 "늘 사람들이 줄 서 있어서 호기심에 와봤다. 밸런타인데이와 설 명절이 다가와서 아빠 선물용으로 샀다"고 말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업계가 각양각색 초콜릿 판촉전을 펼치는 이유는 밸런타인데이 디저트가 집객 효과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맛집 유치가 식품관뿐 아니라 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도 견인하고 있어 성장 정체기에 빠져든 백화점들이 최근 식품관 강화 경쟁에 주력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백화점들은 온라인 중심의 소비 트렌드 등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백화점 3사의 영업 이익률은 8~10%였지만, 최근 3~5%로 반토막 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백화점 업계의 매출은 20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하락했다. 오프라인 매장 영업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백화점 3사는 지난해부터 3년간 신규 점포 출점도 하지 않고 있다. 백화점 3사가 신규 점포를 3년간 출점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사드 여파, 온라인 시장 급팽창 등으로 성장 둔화에 접어들면서 총매출액 성장률이 한 자리 수에 머물거나 역신장한 가운데 식품매장 강화로 승부수를 띄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디저트 팝업스토어나 이색 행사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된 맛집이나 행사를 통해 신규고객 유입 및 집객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디저트 팝업스토어나 이색 행사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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