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평창동계올림픽 특수 없는 면세점, 활로 찾기 고심

면세점업계가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여전히 중국 보따리상만 가득해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 사드 보복 조치로 보따리상이 급격히 늘면서 매출은 나오지만, 수익성은 악화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본점 한 화장품 매장 앞에 다이궁으로 불리는 보따리상들이 대량구매한 화장품을 캐리어에 담고 있다. /을지로=안옥희 기자

면세점, 평창올림픽‧춘절‧코리아 그랜드 세일까지 2월 특수 '울상' 왜

[더팩트│을지로=안옥희 기자] "올림픽 기간이지만, 면세점엔 다이궁만 가득할 뿐 단체관광객이 없다."(A 면세점 관계자)

면세점들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춘절‧코리아 그랜드 세일까지 맞물린 2월 특수를 누리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한·중관계 개선 분위기에 따라 사드 보복 조치를 일부 해제했으나 단체관광객(유커) 유치에 필요한 전세기와 크루즈 선박의 취항금지 등 규제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커 복귀 시점이 지연되면서 한창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려야할 면세점에는 다이궁(代工·중국 보따리상)들만 북적이고 있다.

지난 7일 <더팩트>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본점과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취재한 결과 평창동계올림픽과 춘절, 코리아 그랜드 세일 특수 분위기를 좀처럼 느낄 수 없었다. 업계는 단체관광객보다 개별관광객(싼커) 프로모션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경우 박근혜 정부 때는 성대하게 열렸으나 정권이 바뀐 올해는 규모도 축소되고 업체 참여율도 저조한 것 같다"며 "면세점도 참여하고 있지만, 매출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면세점, 다이궁 주도 매출로 수익성 악화 '속앓이' 中 사드 보복 해제 학수고대

이날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단체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형 캐리어와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매장을 오가며 분주하게 특정 화장품만 구매하는 중국 관광객 중 태반은 한국 면세품을 싼 값에 대량으로 사들여 중국에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이다. 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 매장 직원은 "사드 해빙 분위기라지만, 아직 다이궁이 대부분"이라며 "(중국에서 인기 있는) 특정 화장품만 쓸어 담아간다"고 귀뜸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롯데면세점에 비해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보따리상보다는 개별관광객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화장품 브랜드(300여개)가 입점한 신세계면세점은 다양한 제품 구매를 원하는 개별관광객이 찾는 특성을 반영해 문화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10층 화장품 매장 가운데 대형 회전그네 작품을 설치해 랜드마크화하고 메이크업 시연 행사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날 회전그네 앞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면세점업계는 매출 정상화를 위해선 중국 측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 완전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롯데면세점 한 화장품 매장에 다이궁들이 계산을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 안옥희 기자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메이크업 시연 행사는 보통 면세점들이 잘 하지 않는데 방문객 호응도가 높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은 회전그네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메이크업 시연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올해 중국 단체관광객 수가 2016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면세점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 회복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은 분위기다. 프로모션 대상도 기존 패키지 단체관광객에서 혼자 오거나 친구·가족 등 소규모로 한국을 방문하는 개별관광객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들은 "객수도 늘고 매출도 전년만큼은 나왔지만, 대부분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매출이라 수익구조가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 수는 급감한데 반해 면세점 매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8개 면세점 총 매출은 14조4684억원으로 2016년보다 17.9% 증가했다. 일반 중국인 관광객 매출은 줄고 중국인 보따리상 매출이 대폭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발길이 끊긴 이후 국내 면세점들이 보따리상 유치 경쟁에 뛰어들면서 가격 할인뿐 아니라 각종 명목으로 수수료를 지급한 결과다. 다이궁 매출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지면서 면세점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74억원으로 전년 동기 2326억 원에서 96.8%나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도 영업이익이 249억 원으로 42.1% 줄었다. 신세계면세점도 60억원의 적자를 냈다.

면세점들은 단체관광객 복귀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B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패키지 관광객이 회복하려면 2~3개월 전부터 조짐이 보여야하는데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도 큰 변화가 없다"며 "사드 보복 조치가 완전 해제되고 면세점 매출 정상화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해외 영토확장 롯데, 싼커 공략 신세계…면세점 활로 모색 본격화

유커 귀환을 기다리던 면세점업계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낮추면서 타 면세점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면세시장에 드리운 중국발 리스크가 좀처럼 걷히지 않자 면세점들의 활로 찾기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해외시장 확대와 함께 온라인몰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첫 진출 이후 현재 일본‧미국‧태국‧베트남 등 총 6개의 해외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나트랑 국제공항 신 터미널에 베트남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온라인몰에선 기존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다국어 페이지를 통합해 외국인 고객의 이용 편의성을 더 높였다.

사드해빙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지만, 아직 보복 조치가 완전 해제되지 않아 면세점들이 중국인 의존도를 낮추면서 방문객 국적 다변화를 위한 각종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화장품 매장 내에 설치돼 중국, 동남아 등까지 입소문이 난 회전그네 작품. /안옥희 기자

신세계면세점은 방문객 국적 다변화와 문화마케팅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 동남아 등에서 온 개별관광객 대상 프로모션을 활발하게 펼친 결과 지난해 5월~10월까지 국적별 관광객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일본 28%, 동남아시아 26% 증가했다. 10층 화장품 매장 한가운데 대형 회전그네(카스텐 휠러의 '미러 캐러셀') 작품을 설치해 랜드마크화하고 메이크업 시연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며 개별관광객 호응도를 높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내국인 혜택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면세점업계 단독으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과 함께 일정 금액 이상 결제하면 한정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선불카드를 증정한다. 업계 단독으로 SPC 해피포인트, SKT 등과 다양한 제휴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면세업계 후발주자인 두타면세점은 국내 최고 수준의 K-뷰티 라인업을 갖추고 중국 2030세대를 적극 공략 중이다. 패션상권인 동대문에 위치한 입지적 특성을 살려 중국인이 많이 구매하는 패션·뷰티 브랜드 입점을 확대한 결과 새로운 소비 주축으로 부상한 바링허우(80년대생)·주링허우(90년대생)로 불리는 중국 2030세대 방문이 증가 추세다. 업계 최초인 심야영업 정책을 통해 다국적 고객의 쇼핑 편의성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 정상화를 위해 중국 측이 한국 단체관광 금지를 완전히 풀어줘야 하는데 몇 달째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 특수는 없지만 개최를 계기로 추가적인 사드 보복 해제 조치라도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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