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객관적인 '보험민원센터', '보험중재원' 설립 필요
[더팩트 | 조연행 칼럼니스트]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라는 말이 있다. 요즘 시대에 싸움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가 ‘보험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싸움을 말리는 ‘중재자’다.
보험시장에서의 공급자와 소비자의 다툼은 필연적일 수 있으나, 소송 위주의 현행 제도로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고, 소송으로 가지 못하는 ‘소액’의 보험 분쟁은 일방적으로 소비자가 손실을 보고 종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기에 보험소비자 신뢰는 바닥으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소비자들이 민원을 제기한 건수는 7만623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중 보험이 63.7%로 가장 많고, 그중에서도 손해보험이 38.1%로 생명보험 25.6%보다 더 많다. 가장 많은 민원은 보험사의 보험금 산정(14.5%, 1만1021건)과 불완전판매(12.2%, 1만427건)로 1, 2위 전부 보험사 민원이다.
보험에서 민원이 많은 것은 보험사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사가 소비자손해사정권을 빼앗아 자기 손해사정으로 보험금을 깎거나 거부하는 지급 횡포를 부리거나, 법적 효력이 없는 편향된 보험사 자문의 자문결과를 들이대며 보험금을 안 주는 횡포를 부리기 때문이다. 한 보험협회장은 "보험민원이 많은 것은 보험을 팔 때와 보험금을 줄 때가 보험사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실토했다. 보험은 상품판매시점에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영업방식 때문에도 그렇다.
금융감독원이 보험민원창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민원을 제대로 처리해주지 못하는 ‘있으나 마나’ 한 창구라고 불만을 호소한다. 소비자들은 보험사 자체의 민원처리와 현재와 같은 금감원 민원처리 방식으로는 소비자들의 불만해소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금감원의 민원처리 결과에 대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낮다. 소비자들은 분쟁해결을 바라며 민원을 제기하나 처리결과는 대부분 ‘해결책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민원처리는 적극적인 중재나 조정 없이 그대로 종결 처리돼 해결하지 못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매년 6만여 명의 보험소비자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게 되고, 보험에 대한 소비자신뢰는 계속 추락하게 되는 ‘악순환’의 구조이다.
금감원과 보험업계가 민원을 줄이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현행 중재자가 없는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대립구도에서는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보험소비자들은 금감원과 보험협회는 공급자인 보험사 편이라고 생각하고 이들 기관의 민원처리는 신뢰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민원의 해결은 중립적인 중재자가 필요하다.
이에 중립적인 ‘보험민원센터’ 또는 ‘보험중재원’(이하 센터) 설치를 제안한다. 소비자들은 같은 사안이라도 공급자 편의 ‘설명’보다 소비자 편의 ‘설명’을 훨씬 더 신뢰한다. 그래서 금융소비자 단체에서 주관하는 이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센터는 전문성을 갖추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민원해결을 전제로 소비자와 공급자의 추천 인사를 각각 절반씩 위촉하여 중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면 된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의견이 대립되고 분쟁이 있을 경우에는 이 센터에서 중재하여 해결하면 된다. 보험사와 이 센터 간에 양해각서(MOU)를 맺어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 선진국의 보험옴부즈맨 형태의 전 단계로 운영하면 된다. 분쟁뿐만 아니라 보험상담도 처리하면 소비자들이 신뢰를 가지고 접근하기 쉬워진다. 분쟁이 많으나 금감원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의료분쟁, 장해등급 분쟁 등 모든 다툼의 조정이 가능하다. 그러면 현재 각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에서 처리하는 상담과 민원처리 조직과 인력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보험사의 소비자 불만처리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소비자와 공급자 간에 분쟁이 많은 보험영역에선 싸움을 말리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전문성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보험민원센터’나 ‘보험중재원’은 보험시장에서 싸움을 말리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