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선고 D-1] '바뀐 공소장·0차 독대·최순실 증언' 추가 쟁점 쏠린 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이 오는 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더팩트 DB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선고 공판, 1심과 다른 '세 가지' 쟁점은?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1심과 다른 '세 가지' 쟁점에 관한 재판부의 법리 해석에 관심이 쏠린다.

'뇌물죄' 적용 여부를 '삼성→청와대→최순실'로 이어지는 뇌물죄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삼성 양측의 주장에 조금의 변화도 없는 만큼, 1심 때 다뤄지지 않은 추가 쟁점이 유무죄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5일 오후 2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경영진 5명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이 진행된다. 이번 항소심에서 가장 핵심 관전 포인트는 '묵시적 청탁'에 대한 재판부의 해석이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직접 청탁이 오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경영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5가지다.

이 가운데 특검과 변호인단 사이에서 의견 합치가 이뤄진 혐의는 국회 위증 단 한 가지뿐이다. 나머지 4가지 혐의에 관해서는 양측 모두 지난해 4월 1심 첫 재판을 기점으로 같은 해 12월 항소심 결심 때까지 한 치의 양보 없는 유무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개월여 동안 진행된 항소심에서 무려 세 차례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하고, 1심에서 단순뇌물죄로 판단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관해 제3자 뇌물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1심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선 특검이 재판부에 제출한 공소장의 내용이다. 특검은 3개월여 동안 진행된 항소심에서 무려 세 차례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했다. 지난 1심 때까지 포함하면 모두 네 번이다.

특검은 항소심 막바지 1심에서 '단순뇌물죄'로 판단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관해 '제3자 뇌물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두 사람 사이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1차적인 법리해석에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이 제3자인 최 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주장을 더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특검이 제시한 근거가 바로 항소심의 두 번째 쟁점인 '0차 독대'다. 그간 1차 독대로 알려진 지난 2014년 9월 15일 전인 같은 해 12일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 '물밑 거래'를 했다는 게 특검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특검이 '0차 독대'를 증명하기 위한 간접 증거로 제시한 안봉근 전 대통령 국정홍보비서관은 법정 진술에서 실제로 이 부회장이 해당 날짜에 청와대 안가를 방문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해 결심 재판에서 최후 진술에 나선 이 부회장은 "한 나라의 대통령과 만남인데 독대와 관련해 무슨 자료가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독대 횟수를 속이거나 허위로 진술할 리 있겠느냐"며 특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마지막 세 번째 쟁점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 씨의 법정 진술이다. 지난 1심 때 입을 열지 않았던 최 씨는 항소심 15차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의 승마지원이 정당한 용역 계약을 근거로 이뤄진 스포츠 지원 행위였다는 취지로 일관된 진술을 했다.

박근헤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사진)는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15차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의 승마지원이 정당한 용역 계약을 근거로 이뤄진 스포츠 지원 행위였다는 취지로 일관된 진술을 했다.

최 씨의 진술은 1심에서 유죄라고 판단한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관한 법리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산국외도피죄의 경우 그 규모가 50억 원이 넘으면 징역 1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1심은 삼성에서 코어스포츠 독일 계좌에 송금한 37억 원에 대해 해당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2015년 8월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체결한 용역계약 및 마필 매매·교환 계약이 허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마필과 마필운송차량의 소유권은 애초부터 삼성에 있었고,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맺은 용역계약은 실체가 분명한 정식 계약이다'는 최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선고 결과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지난 1심 때부터 법조계 내에서도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특히, 유죄를 단정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쪽에서는 특검의 공소장 변경 경위를 두고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2015년 9월 12일 독대가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을 비롯해 2심에서 새롭게 다뤄진 쟁점에 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재판 결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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