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회장만 바라보던 부영그룹, 오너리스크에 '휘청'?

검찰은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더팩트 DB

부영그룹 둘러싼 수많은 논란, 결국 이중근 회장 검찰 조사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부영그룹이 창립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부영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데 이어 이중근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의 1인 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있어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이중근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중근 회장에게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예정이다.

검찰이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이중근 회장이 아내 명의로 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다. 계열사 거래 과정에서 '유령회사'를 중간에 넣어 '통행세'를 받아 회삿돈을 빼돌린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앞서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 혐의를 포함해 위장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주택사업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부영그룹이 검찰의 조사 대상이 된 건 2016년 4월부터다. 국세청은 2015년 12월부터 부영그룹의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하다 수십억 원대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공정위는 이중근 회장이 친족 회사 7곳을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누락해 신고했다며 지난해 6월 고발했다.

부영이 지은 아파트는 부실 문제로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지난해 초 부영이 지은 동탄2지구 23블럭 부영아파트가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물이 새고, 보행로는 기울어져 있는 등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하자 신청 건수는 9만 건에 달했다.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부영의 부실아파트에 벌점 66점을 부과하면서 택지공급을 차단하는 등 부영에 대한 초강력 제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부영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이 도마에 올라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으며 '부영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부영의 잇단 논란은 이중근 회장의 1인 경영 체제에서 오는 폐쇄적인 지배구조 탓이라고 보고 있다. 부영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지주사격인 부영의 지분 93.79%를 이중근 회장이 가지고 있다. 이중근 회장의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의 지분 1.64% 외에 자녀 지분은 거의 없다.

특히 부영이 거느린 계열사 24곳 모두 비상장자로 공시의무가 상대적으로 적어 오너인 이중근 회장 독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폐쇄적인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오너 부재시 회사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배구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근 회장이 이끄는 부영그룹은 임대 아파트 사업에 집중해 재계 순위 16위로 성장했다. /더팩트 DB

한편 부영그룹은 임대 아파트 사업에 집중해 재계 순위 16위로 성장한 건설기업이다. 이중근 회장은 '세발 자전거' 경영론을 바탕으로 부영그룹을 키워냈다. 세발 자전거는 두 발 자전거보다 느리지만 안전하게 탈 수 있다. 두발 자전거로 비유되는 일반 분양이 큰 실적을 낼 수 있지만, 부영은 분양 실패 같은 리스크가 현저히 작은 임대주택을 선택한 것이다.

임대 아파트는 건설사가 주인인 아파트다. 입주민들은 매달 일정 금액의 임차료를 내다가 5~10년 뒤 분양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 부영그룹이 막강한 현금을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임대 수익은 아파트 유지 관리 차원이지만 분양 전환되면 시세차익으로 많은 현금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곳간을 채운 부영그룹은 2015년 이후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부영그룹은 사업 다각화라는 이유로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 경기 안성 마에스트로CC,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본사 사옥 등 규모가 큰 부동산을 매입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영이 매입한 부동산 자산 총액은 3조 원에 육박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영그룹은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으로 불렸지만 오너리스크로 인해 신규 투자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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